다시 만난 사량 6화
이선정作 파랑 여행 oil on canvas
토요일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마을
오전 내 흩뿌리던 빗발 어느새 잠잠해지고
흐린 하늘 틈새로 깨끗한 하늘
얼굴 빼꼼 내밀고 있다.
나이 든 애마에 기름 든든히 먹이고
휘휘 내지 마을로 달렸다.
구절양장 아니더라도 조금은 험한 숲 가
까만 염소 모자 큰 눈 꿈벅꿈벅하고
누런 황소 느릿한 몸짓으로 인사한다.
방파제에서 씨름하는 낚시꾼 두엇 지나
경치 좋은 바닷가 널따란 바위에 몸 붙이고 앉는다.
멀리서 퇴색한 어선 하나 느릿느릿 넘실대고
구름 가 회색 갈매기 느긋한 날개짓에
푸른 파도 하얀 포말 위 쾌속선 엔젤호 바삐 지나고
다리호 한 배 가득 자동차 싣고 내게로 다가온다.
사량도 둘러싼 야트막한 지리산 봉우리엔
희뿌연 구름 턱 괴어 세상 구경하고
내가 앉은 바위엔 작은 파도 한 번씩 몰려와
힐끗 훔쳐보곤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잔돌 틈새 한 무리 게들 한가로이 산책한다.
나이 든 애마 옆에 앉아
보건지소를 사수하는 특명으로 한적한 오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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