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샤 Apr 23. 2023

신사적인 달팽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5)

옆집에 사는 열무 씨는 

다른 달팽이들과 달라.


에스카르고를 먹을 때의 칼질은 예의 있고

피부는 또 얼마나 고운지!


지난주에는 눈이 마주쳤더니

중절모를 살짝 벗고 고개를 숙이더라고.


-그래봤자 달팽이지.


너 달팽이가 얼마나 빠른지 몰라?


왜, 이런 말도 있잖아.


달팽이야, 너의 속도로 가.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


-달팽이도 신사적일 수 있을까?


당연하지.


신사적인 달팽이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빠를 거야.

작가의 이전글 사람들의 신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