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성공 일기
자녀 교육은 태도의 문제였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선생님이 내준 과제물은 꼭 해가고, 학교는 빠지면 안 되고, 약속은 잘 지키는 예의 바른 아이들로 키우는 데 집중했다. 조금도 특별하거나 지나친 사교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학이 아이들 인생과 행복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도로만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유치원이나 학교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고 우리 형편에서 해 줄 수 있는 것만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아내가 책을 많이 읽어줬다. 글씨를 알기 전까지는 두 아이를 앉혀 놓고 동화책을 읽어 주었고 그 이후에는 자신들이 찾아서 읽었다. 그렇게 큰 딸은 독서가 습관이 되어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도 매일 책을 빌려 왔는데 하루는 방문을 열어보니 시험 전날인데도 책을 읽고 있어 놀란 적도 있었다.
아이들 어렸을 때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기 바빴다. 지금도 아내는 연년생 두 아이 독박 육아 하던 시절을 얘기하며 투덜대곤 한다. 내 딴에는 한다고 했지만, 친구들과 노느라 늦게 들어온 날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 나와 싸우기보단 아이들에게 집중했던 것이 고맙고 미안한 일이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조용히 묻고 천천히 들어보고 대화를 나눈다. 큰 딸 사춘기 때도 많이 인내하고, 아이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준다. 어느 날 큰 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안방에 들어와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엄마의 눈물이 있었기에 반듯하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자녀 교육은 부모의 화목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관계를 꿰뚫어 본다. 어쩌면 부모 자신들 보다도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엄마가 속으로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아빠는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부모가 반목하면서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학원을 보냈어도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이들 어렸을 때 엄마의 사랑이 충분히 느껴져야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행복한 가정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 자식 관계도 자연의 섭리에서 예외일 수 없어 똑같은 등가물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의 몸속에 축적된 행복만큼 그대로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우연과 공짜는 없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누군가 죽을힘을 다해 만들어 낸 시간의 결과물일 것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다정한 아빠는 아니었어도 누구보다 행복한 부부일 거라며 떠들며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에도 아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랐을 것이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 행복을 위해 살다 보니 상상도 못 한 많은 축복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자녀 교육은 특별한 사교육보다는 부모의 화목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