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 물의 처녀(문정희)

[하루 한 詩 - 356]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붉은 물이 흐른다

더 이상은 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벌린 두 다리 사이

하늘 아래 가장 깊은 문 연다

치욕 중의 치욕의 자태로

참혹한 죄인으로 죽음까지 당도한다

드디어 다산(多産) 처녀의 속살에서

소혹성 같은 한 울음이 태어난다

불덩이의 처음과 끝에서

대지모(大地母)의 살과 뼈에서

한 기적이 솟아난다

지상에 왔다가 감히 그 문을

벼락처럼 연 일이 있다

뽀얀 생명이 흐르는 부푼 젖꼭지를

언어의 입에다 쪽쪽 물려 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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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학설에 의하면

여인의 붉은 물은

역할 못 한 죽은 내 것과

쓸모없는 외부 침입자를 몰아내고

또 다른 생명을 준비하기 위한

거룩한 세척 작업이라 한다.


새 생명의 탄생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는 듯한 문자들이

부끄럽지도 남사스럽지도 않은

우리 모두의 진실이기 때문이리라.


너도

나도

우리가 그렇게

세상의 문을 열었다.


위대한 물의 처녀

태어나 제일 먼저 배웠고

살면서 가장 많이 불렀고

때로는 속으로 삼켜야 하는

우리 모두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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