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워하는 것(@흔희)

#6. 내가 미워하는 것

by 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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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어둠이 자욱하게 내린 공기가
찌르는듯한 울음 소리에 흩어진다


내일을 모르는 아이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에서 오늘의 끝을 느낀다
몸에 바짝 힘을 주고 우는 너를
가슴팍에 끌어 안고
벽면 하나를 겨우 밝히는 불빛에 기대어
다리를 굽혔다 폈다 발을 굴린다


불빛은 깜빡이고
창문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벽이 일렁인다


남들이 가는 길은 다 보고 싶어하던 내가 스친다
내가 나를 모르고 걸어갈 때가 있었다
미워할 누군가를 찾지 못해
여름과 가을 사이
달밤이 일렁인다


중력을 이겨내려는 발 굴림에도
아이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세상에 던져진 채로 그저 살아갈 뿐.


가는 오늘을 붙잡고 우는 아이야
오늘은 가도 내일이 또 온단다
나즈막하게 되뇌이는 자장 자장.


말갛게 씻은 해가 떠오른다
하늘이 붉게 일렁인다
발을 굴린다

오늘과 마주잡는 내일의 악수


세상과 화해한 아이의 얼굴에
맑은 빛이 어린다


아이는 잠이 들었고 날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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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가 미워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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