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템플스테이, 보은 법주사
다섯 번째 템플스테이,
다섯 번째 템플스테이 사찰로 법주사를 선택한 동기는 단순했다. 코로나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체험형 템플스테이도 다시 활성화되었다. 체험형을 선호했던 사람으로서 이때는 자축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체험형 템플스테이 사찰을 찾다가 어릴 적 가 본 보은 법주사가 눈에 들어 왔다.
석가탄신일이 신청한 기간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신청한 날로부터 한참 뒤에 알게 됐다. 그날 템플스테이에 간다고 엄마께 말했더니 '8일이 석가탄신일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처음으로 석가탄신일에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게 됐다.
법주사 템플스테이 체험형은 1박2일에 7만원(2022년 기준)으로 체험 비용 안에는 속리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국립공원답게 산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밖과 완전히 다른 세상. 이리저리 뻗은 가지들에서 나는 초록빛 생명들이 만든 터널을 만날 수 있고, 계곡 물이 흐르는 투명한 소리와 새들이 자잘하게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입소 다음 날이 석가탄신일이라 사찰에서 우당탕 와당탕 꽤 북적이는 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관광객과 자연의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무려 석가탄신일인데 분위기는 이전의 템플스테이와 똑같은 차분함이라 의아했다.
드론으로 사계절의 법주사를 담은 사진 전시도 인상적이었다. 법주사의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사진 하나하나를 보며 이틀만으로는 볼 수 없는 사찰의 자연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지붕에 쌓인 눈을 찍은 사진은 언젠가 눈이 쌓인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싶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했다.
석가탄신일 행사 중 가장 특별했던 순간은 '관불' 의식이다. 관불은 아기 부처님 머리 위에 물을 뿌리면서 죄와 번뇌를 씻어내고 자신을 가다듬는 의식이다(당시에는 몰랐는데 추후에 검색해보니 의미가 깊더라). 석가탄신일에 하는 의식 중 하나라고 하니 템플스테이를 여럿 가도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물을 붓고 나면 옆에 서 계신 스님께서 팔찌를 주시는데 108배로 완성하는 염주와는 또 다른 기념이 되어 눈에 보일 때마다 물을 붓던 그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석가탄신일이 포함된 템플스테이라고만 설명하기 아쉽다. 석가탄신일 덕분에 생긴 '처음'도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엄마가 템플스테이 도중에 오셔서 함께 공양을 먹었고, 석가탄신일 준비로 담당 보살님께서 수정봉 등산에 함께 하지 못해 처음으로 같은 방을 쓴 참가자들과 등산과 공양을 함께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새벽 예불 후 108배를 해 '108배는 저녁 예불 뒤가 더 편하구나' 깨닫기도 했다. 템플스테이 다섯 번이면 모든 게 익숙해질 것 같지만 모든 경험들이 다 그렇듯, 이제 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것을 대할 때 다 안다거나 익숙하다는 생각으로 넘기지 말라는 주인없는 조언을 듣게 하는 것이 템플스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