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cember 디셈버 Jun 12. 2024

16.  Now you know

Yes, I know now

어느 날, 내게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배정되었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걱정하며 인계를 받고 난 후, 혹시 몰라 매니저에게 언급했다. "나 오늘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배정받았어. 그런데 나는 항암제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랬더니 매니저는 "걱정 마, 우리도 모두 알고 있어. 시니어 널스 OO가 오늘 너를 도와줄 거야."라고 대답해 주었다. 나를 도와주게 될 시니어 널스에게 오늘 항암제 일정에 대해 미리 말해주고, 그 시간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시니어 널스는 흔쾌히 알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일정에 맞추어 업무를 시작했는데, 마음속으로 문득 나를 도와줄 시니어 널스 역시 환자를 맡아 업무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찾아가 항암제 투약을 부탁하기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준비를 해놓고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덜 바빠 보이는 시니어 널스를 찾아 사정을 설명했다. "내 환자 중에 항암제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나 말고 다른 시니어 널스가 내 항암제를 대신 투약해 주기로 했어. 내가 미리 필요한 것들을 준비를 해두고 싶은데 혹시 어떤 게 필요한 지 알려줄 수 있겠어?" 그러자 시니어 널스는 아주 간단하다며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보통 약물과는 달리 항암제가 누출될 경우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특수한 보호구들이 필요하고, 또 약물과 환자를 연결하는 데에도 역시 특수한 세트를 사용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시니어 널스와 함께 환자용 트레이를 찾아 그곳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모으고, 환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이름, 생년월일, 등록번호 등이 적힌 환자의 파일도 준비하자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고, 그 시니어 널스는 "자, 이게 전부야 어때 간단하지?"라고 물었고, 나는 "응, 생각했던 것보다는 간단하네 그렇지만 나는 항암 관련 경험이 없어서 아직은 준비물에 대해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시니어 널스는 "Don't worry, You got plenty of time to learn. Even though you didn't know before, now you know (걱정 마, 배울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그전엔 몰랐더라도 이제 알잖아)"


바쁘게 업무를 해나가던 중, 항암제 투약시간이 다가와 내 항암제 투약을 도와주기로 한 시니어 널스를 찾아갔다. "내 환자의 항암제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데 지금 부탁해도 될까? 내가 필요한 것들은 준비해 두었어." 시니어 널스는 "그래 지금 갈게"라고 대답했고, 항암제 투약을 대신해 주었다. 항암제를 시작한 후, 시니어 널스는 내게 찾아와 "방금 투약을 시작했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약이니까 투약이 끝나면 나한테 다시 말해줘. 확인하러 갈게."라고 말했고, 나는 "Thank you very very much"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시니어 널스는 "5분도 안 걸리는 일인데 뭐 언제든 필요한 게 있으면 꼭 말해줘"라고 대답했다.


한국에서의 임상 경험이 전부이기 때문에 자꾸만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정말 정말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면 선배 간호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꽤나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끔 경험이 부족해 괜찮은 상황인지 아니면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인 지 분간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역시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대부분의 선배들은 나를 잘 도와주셨다. 하지만 종종 환자 상태가 괜찮았을 경우 지금까지 일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보며 언제까지 도와줄 수만은 없다고 하거나, 별 것도 아닌 걸로 자꾸 일을 만든다며 무안을 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겠지만 역시 궁금한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준 뒤에 꼭 질문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해주거나 혹은 아주 좋은 질문이야라고 꼭 코멘트를 해주는 환경이 내 분야에 대해 더 애정을 갖고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다고 느낀다.

이전 15화 15. 자~ 주사 따끔해요 따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