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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Dec 12. 2018

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우울증과의 싸움, 어느덧 3년

2018년 12월, 어느덧 우울증으로 정신과에 처음 간 지 3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길고도 지난한 나날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감정의 기복이 그리 심하지는 않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정말 우울함에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삶이 끝날 것 같은 나날이었죠.

나는 보잘것없고 초라한 사람입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울증이 심할 땐 그게 너무 견디기 힘들었어요. 내가 대단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러길 바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뭐라도 하나 제대로 하며 사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매일 무너지는 거였죠.


자기혐오가 나르시시즘의 다른 면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곤 했는데, 이젠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둘은 같은 뿌리를 둔 건데 방향만 다를 뿐인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은데, 만족하느냐 아니냐일지도...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하루 세 번씩 나눠 먹고 수면제까지 먹던 시기도 있었지만, 차츰 약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첫 해에 악화됐던 이후로는 다시 같은 웅덩이에 빠지진 않았습니다. 이젠 항불안제와 수면제는 더 이상 먹지 않고, 항우울제만 최소량 복용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올해 안에 약을 모두 끊는 게 목표였는데 아마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년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아요. 한 때는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조차 없었는데, 이젠 그런 상태에서 벗어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난 3년간 상담하면서 나를 파악한 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상담을 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나를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서야 내가 무엇을 못 견디고 어떤 일에 우울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지고 누구를 만날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 끝에 우울과 불안의 구덩이를 피해 갈 수 있게 됐어요. 비록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걸려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누군가 약을 먹고 상담을 하는 분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3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이제 겨우 많이 나아졌지만, 사실 여전히 우울과 불안을 느낍니다. 우울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은 삶이 오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조절 가능한 상태로 계속 지내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요.


"슬프고, 행복합니다. 살아 있어서 당신이 그런 것처럼..." - 김윤아


오늘도 고생했어요, 모두. 맛있는 것 먹고 기운 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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