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질랜드의 코하우징 워크숍에 참석하다①

커뮤니티 거버넌스

by 킨스데이

우리나라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막 유입될 무렵 저는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행 계획을 짜던 중 환경에 관심이 있던 터라 뉴질랜드의 에코빌리지를 경험하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타우랑가(Tauranga) 지역에서 코하우징 워크숍(Co-housing workshop)이 개최된다는 정보를 접하고 워크숍 기획자 바비(Bobbie)에게 이메일을 보내 1박 2일 워크숍을 참석 가능 문의를 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적극적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좀 의아한데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에코빌리지에 대한 관심이 아주 뜨거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담당자인 바비가 친절하게도 제가 타우랑가에서 머물 곳을 알아봐 주고 자기 집의 침대도 무료로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남섬 퀸즈타운에서 여행을 하다가 북섬 오클랜드의 컨퍼런스 일정에 맞춰 참석한 후에 타우랑가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클랜드 컨퍼런스가 취소되자 원래 일정이 잡혀있던 스타트업과의 미팅도 취소하고 퀸즈타운에 더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코하우징 워크숍은 취소하지 않고 참석하기 위해 퀸즈타운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시외버스인 인터시티(Intercity)를 타고 장장 3시간을 달려 타우랑가에 도착했습니다.


타우랑가는 오클랜드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위성도시로 항구와 바다가 있고 베들레험 칼리지 등 교육 시설도 잘 갖춰진 부유한 동네입니다. 교육열 높은 한국인들도 꽤 살고 있고, 한국 식당, 한국 교회도 있어 작은 한국인 커뮤니티가 존재합니다. 전반적으로 오클랜드보다는 빡빡한 도시 느낌이 덜하고 초록초록한 공원 주변의 주거 지역이나 해변가 근처 주거 지역이 많아 은퇴자들이나 가족들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타우랑가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분은 전에 제가 작성했던 링크를 아래와 같이 참고해주세요.

- 워케이션 in 타우랑가 1 https://brunch.co.kr/@desdemon/125

- 워케이션 in 타우랑가 2 https://brunch.co.kr/@desdemon/127


코하우징 워크숍에서 'Earthsong Ecovillage' 사례를 발표하는 로빈 앨리슨 ⓒ 킨스데이 '


이번에 열린 코하우징 워크숍은 오클랜드 서쪽에 있는 어스송 에코빌리지(Earthsong Ecovillage)를 기획, 건축, 커뮤니티 운영을 주도했고 실제 거주자인 로빈 앨리슨(Robin Allison)을 강사로 초빙해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사례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나누고 실습하는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32채 하우스, 69명이 함께 살고 있는데 1995년에 사람들이 처음 모여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해, 1999년에 토지를 구입하고 2002년에 첫 입주가 시작되었으며 2008년에 마지막 입주를 끝으로 14년간 진행된 에코빌리지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로빈은 아래의 아젠다에 맞춰 1박 2일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아젠다]

1) COMMUNITY GOVERNANCE - Collaborative Decisionmaking

2) DESIGN FOR COMMUNITY - Social and Environmental Issues

3) PROJECT PLANNING - From Vision to Reality


어스송 에코빌리지 비전 선언문 (자료 출처: Cohousing for Life, 로빈 앨리슨)


첫째 날에는 전반적인 어스송 에코빌리지 소개 및 14년간 진행된 프로젝트 진행 과정, 커뮤니티 거버넌스에 대한 강의를 듣고, 색깔 카드로 의사결정을 하는 실습을 했습니다.


[커뮤니티 거버넌스]

- 커뮤니티 멤버를 별도로 선발하지 않으나, 대신 초창기 코어 멤버들과 함께 작성한 비전 선언문(Vision Statement)에 동의해야 하고 두 가지 종류의 멤버십 중 하나를 선택해 초기 구성 계약서(Initial Organizing Agreement)에 서명하면 됨. 의사 결정 방법은 여섯 개의 색깔 카드를 사용해 다수결 원칙으로 정함.

- Associate member: $100 회비를 내고 2주에 한 번씩 미팅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에코빌리지 디자인과 플래닝 과정에 참여가능. 회비는 환불 불가.

- Full member: 최소 $2,000 회비를 내고 2~3회 Full Group 미팅에 참석하고 여러 이벤트와 working bee(일벌)로도 참여하면서 에코빌리지 거주자 후보 대상이 됨. 환불은 Associate Member 회비를 제외하고 에코빌리지 분양 완료 후 현금 발생 시 지급.


어스송 에코빌리지 컬러 카드시스템 ⓒ 킨스데이


[월간 미팅 운영방법]

-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임차인이나 임대인 모두 동일하게 투표권을 갖고 있으며 월간 미팅에서 이슈가 발생할 경우, 둥그렇게 둘러앉아 색깔 카드를 이용해 다수결의 원칙으로 의사 결정을 함.

- 카드의 컬러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서 순서를 정해 의견을 말하거나 질문을 하며 퍼실리테이터, 회의록 작성자, 타임 키퍼 이렇게 3명을 정해서 미팅을 진행함.

- 월간 미팅 하루 이틀 전에 Full Group Member들에게 아젠다와 논의될 이슈들을 이메일로 미리 전달하고 미팅이 끝나면 회의록을 멤버에게 이메일로 공유함.


"반려동물 키우기 여부" 주제를 가지고 원형으로 앉아서 토론을 해보는 실습을 했습니다. 로빈이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아 여섯 가지 카드를 나눠주고 손을 든 카드 색깔에 맞춰 발언권을 받아 원활한 의견 교환을 경험했습니다. 상당히 민주주의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심각한 민원이 발생한다면 과연 이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멤버들이 에코빌리지의 비전과 생활 규칙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합의를 통해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첫 날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다음날 오전에 다시 모이기로 했습니다.


멤버들이 모여 미팅을 하는 모습 (자료 출처: 어스송 에코빌리지 홈페이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웰빙 & 웰다잉을 위한 '스몰' 에코빌리지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