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게 불고 천둥이 치는 밤,
아빠 생각이 난다.
어릴 때부터 유독 잠귀가 밝고
천둥 번개를 무서워했던
나에게 먼저 와준 건 주로 아빠였다.
아주 어릴 땐,
번개가 번쩍하기만 해도
일어나서 안방으로 뛰어갔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더 겁이 많아졌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벌벌 떨었다.
바람이 휭,
번개가 번쩍,
천둥이 우르릉 쾅쾅 요란을 떨어대는 밤이면
아빤 내 방으로 와서 잘 자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안 되겠다 싶으면 엄마를 불러 주었다.
(자다 말고 불려 오신 엄마는 내 옆에 누워 함께 있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아빠가 돌아가신 후
이런 두려움은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잠귀가 어두워진 것은 아닌지라
여전히 오늘같은 밤엔 잠에서 자주 깨고
깨고 나면 아빠 생각이 난다.
오늘은 꿈에서 아빠를 만나
화창한 산길을 나란히 걷길 바라며,
부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