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signer MYO Feb 26. 2019

가끔은 멍 때려도 좋습니다.

아니, 반드시 멍 때려야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지라 영감을 얻고자 틈만 나면 새로운 곳을 방문하고, 전시를 보고, 여행을 갑니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새로운 경험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멍 때리기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어느덧 10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음에도 능력이 모자란 디자이너 대표는 항상 바쁘다.


금융 관련 프로젝트 회의를 하다가 3.1절 100주년 특집 사이트 회의를 하고, 영상 프로젝트 기획안을 검토하다가 브랜딩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프로젝트 의뢰 전화를 받고, 견적서를 쓰고, 외부 미팅을 다녀오고, 전체 일정을 정리하고, 직원들 시안을 봐주고, 새 프로젝트 콘셉트를 정리하고, 외부 강의 준비를 하다 보며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버리는 식이다.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협업을 하고, 바이스 버사 식구들이 제 몫을 다해 주어도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 제법 많다. 그래도 일정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약간의 자유가 있음에 감사하며, 그 자유를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반드시 멍을 때려야만 한다.


그런데 이제부터 멍을 때려야지... 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멍이 때려지지는 않더라.

계속 스마트폰을 찾게 되고, 스마트폰을 치우면 책이라도 읽으려 하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정갈하지 않은 손톱은 없는지 계속 쳐다보게 된다. 즉, 무언가를 자꾸 하려 한다.


명상을 해보려 책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찾아봤지만 좀처럼 30분 이상 집중을 하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내가 찾은 방법은,


1. 해가 지는 모습이 잘 보이는 곳을 찾는다.

2. 해 질 녘, 하늘을 가장 편하게, 오래 볼 수 있는 자세를 찾는다.

3. 그리고 해가 질 때까지 쳐다본다. 좋아하는 음악을 BGM으로 깔아도 좋다.

평소엔 가만히 멍 때리기가 힘든 나도 해지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저 한참을 보고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시계를 보지 않아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한참을 멍 때리고 나니 어느새 밤이다.

신기하게 이렇게 제대로 멍 때리고 나면, 아이디어가 샘솟고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답도 절로 찾아진다. 복잡한 감정이나 부정적이 감정이 사라지는 것 기본 옵션.

자, 그럼 지금부터 잠시 동안 멍을 때려보실까요?

제대로 멍을 때리셨다면 분명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성수동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 '성수연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