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
빨간 책방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읽었거나 꼭 읽어보고 싶을 법한 그 책. 이동진 독서법! 영화 평론가로 유명한 분인데 빨간책방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이분이 얼마나 다독하신 분인지 알 수 있다. 읽어보려고 벼르다가 휴가를 맞아 지방에 잠시 다녀오는 기차에서 뚝딱 읽었다
다음은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나에게 적용시켜 본 것들.
내가 가장 쉽게 사는 게 책이 아닐까 싶다. 전에는 책 사놓고 안 읽는 것에 대해 죄책감 부담감 압박감 같은걸 느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줄었다. 얼마 전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온 김영하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
그렇다. 굳이 완독에 대해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고 그저 '재미'로 읽으면 된다.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걸 읽고 싶은 만큼!
* 관련 글: 뭐든 억지로 하지 않기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의 특징이자 그런 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씀이다. 아무래도 종이책은 크기와 무게 차원에서 들고 다니기 좀 부담스러운 반면 리디북스 페이퍼는 휴대성이 좋고 지하철에서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에도 좋다.
평소에 회사에 가방을 안 들고 다니는데 겨울에는 파카나 코트 주머니에 리디북스 페이퍼가 쏙 들어갔지만 여름엔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안 가지고 다녔더니 독서량이 좀 줄었다. (iPhone으로 리디북스 앱을 통해 볼 수 있지만 나에게 여전히 휴대폰은 독서 기기가 아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다시 페이퍼를 들고 다니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책을 더 자주 많이 읽으려면 집안 구석구석에 책을 뿌려두라고 했다. 지금 우리 집에는 가구가 별로 없어서 책이 한 번 나오면 군데군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데 이를 좀 더 조직적으로 뿌려두어야겠다.
* 관련 글: 책을 많이 읽으려면
주말을 맞이하여 거실에 작은 책장을 가져다 놓았다. 이사 오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해 베란다에 꺼내 두었던 작은 책장을 거실 소파 옆 작은 공간에 옮기고 바닥에 쌓여있던 책들을 꽂으니 제법 그럴싸하다. 책을 읽었으니 삶에 변화를 가져와야지! 작은 실천, 성공!
이동진 작가님이 욕조에서 책 읽으시는지 몰랐다! 나에게 그런 공간은 어딜까?
하나는 지하철이나 기차 안. 출퇴근길이나 친구 만나러 가는 지하철에서 읽을 때 집중이 잘 된다. 또 하나는 우리 집 거실. 거실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혹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읽은 기억이 제일 많다.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거나 말 거는 사람 없이 (어떤 방해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의 확보가 관건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이동진 독서법'을 읽고 글을 적는 것도 결국 그 책을 소화하는 과정이다. 글을 적으면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금 떠올려 보고 나의 생활을 비추어 보고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고 개선할 점을 찾기도 한다.
* 관련 글: 내 글로 적지 않은 글은 글이 아니다
나의 가장 좋은 말동무는 바로 짝꿍이다. 책을 읽었다면 어떤 내용인지 전체를 읊는 것은 아니지만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거나 깨달은 바(?) 가 있으면 꼭 이야기를 한다. 고맙게도 짝꿍은 그럼 더 구체적인 내용을 묻거나 생각할 거리가 있는 꼬리에 무는 질문을 해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꺼내게 될 때가 있고, 더 자세한 내용을 함께 찾아보거나, 짝꿍의 의견을 들으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원래 서로가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스타일이라 나누는 이야기에 책 이야기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거 같다)
그리고 책 관련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데 바로 사내 북리뷰 모임 사람들이다. 책이란 주제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함께 읽은 책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각자 읽었던 다른 책 내용이나 작가들 이야기들도 다채롭고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
* 관련 글: 사내 북리뷰 모임에 나가는 이유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책을 접지도, 줄 치지도 않던 사람. 그런데 어디선가 비슷한 조언을 듣고 나서 깨달은 바가 있어 접고, 줄 치고,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읽을 당시에 더 적극적인 독서를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책을 다시 펼쳤을 때도 눈에 쏙쏙 들어와서 좋다.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의 이름과 관계, 간단한 인적사항 등을 적으면서 읽으면 이해와 몰입에 도움이 된다.
보통 북리뷰 모임에서는 내가 평소 잘 읽지 않는류의 책을 선정해서 읽는다. 가끔 어려운 책을 만나면 눈으로 분명 활자를 읽고 있는데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대충 읽고 가서 다른 분이 정리해주신 내용을 듣곤 한다. 그때 동료분께서 '어려운 책을 읽어 내야 뇌에 새로운 능력이 추가된다?'는 뉘앙스의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이동진 님도 역시 같은 맥락의 말씀을 하셨다.
일종의 독서력을 키워내기 위해 이제 어려운 책도 천천히 읽든, 여러 번 읽든,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겠다. 뇌에 새로운 길 내기 연습 :)
동의한다. 서문이 훌륭하다고 해서 다 좋은 책은 아닐 수 있지만, 좋은 책의 서문은 반드시 좋다. 개인적으로 서문이 참 좋았던 책이 2권 있다. 하나는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동진 독서법' 이 두 책의 서문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에서 드러나는 인품이란 게 이런 걸까, 나도 글을 이렇게 쓰고 싶다.'
사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브런치를 쓰는 것도, 열심히 책을 읽는 것도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거다. 그냥 재밌고 좋으니까 :)
나는 어떤 독서를 주로 하는가? 쌓는 독서만 하는 거 같다. 문학, 기술, 이렇게 이분법 적으로 나름 균형 잡힌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허무는 독서가 더 필요하다. 결국 허무는 독서도 쌓는 독서의 일부라는 생각이지만 :)
- 이동진 작가님도 같은 생각이시라고
* 쌓는 독서와 허무는 독서의 차이가 궁금하시다면 이동진 독서법을 구매해서 읽어보세요!
여담으로, 빨간책방을 여러 번 들었던 독자로서 책을 읽는 도중에 이동진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다혜 작가님 목소리도 마찬가지)
무려 500권에 달하는 책의 목록을 정리했는데 그중 읽어 본 책은커녕 아는 책이 몇 권 없었다. 앞으로 탐방할 책의 세계가 이렇게도 무한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읽을지 고민될 때 면 한 번씩 들춰봐야겠다.
언젠가 소설도 출간하시지 않을까 싶다. 어제 갔던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에서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좋은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동진 님이야 말로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신 분이 아닐까 싶다. 나오면 꼭 사서 읽어봐야지.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 장강명, 윤태호, 이동진과 같은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최대한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듣기 좋은 말로 환상을 심어주지도 않고, 본인을 돋보이게 하려고 과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상당히 그런 것들을 경계하는 자세가 느껴진다)
이동진 독서법도 평소 그의 그런 화법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참 좋았다. 과시하지 않지만 낮추지도 않고,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자기주장을 올곧게 펼치는.
나도 그런 말쟁이, 글쟁이가 되고 싶다. 그럼 계속 더 많이 좋은 글을 읽고, 좋은 말을 들어야겠지!
* 이동진 독서법: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9135264
*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http://www.podbbang.com/ch/3709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