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C와 묵찌빠 (feat. 빨간 매니큐어)
1990년 동네슈퍼
어린 시절 엄마는 일이 있었는지 외할머니랑 단둘이 외출한 날이다.
우리 외할머니의 연출력은 정말 좋다.
외할머니와 외출하는 날이면 소아과, 슈퍼, 농협, 공중전화 등 장소를 막론하고
나 또는 사촌동생 혹은 내 동생을 모델로
외할머니께서 재밌게 찍은 사진이 많다.
90년 초겨울날 어느날
3살 꼬맹이 손에는 빨간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고
승자의 표정으로 양손에는
과자 두 개가 들려져 있다.
우리 외할머니의 즐거워하는 셔터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대형마트가 없었고
동네 슈퍼가 많았다.
언제부턴가 점차 점차 없어지더니
대형 슈퍼들이 즐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500원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많았는데,
요즘엔 슈퍼 들어가면 500원 안쪽은
낱개로 되어있는 상품뿐이다.
그만큼 물가가 내 나이만큼 치솟고 있다.
동네슈퍼의 묘미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와 다르게 주인장의 개성이 어느 정도 녹아져 있다.
왜냐하면, 주인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음.... 켜켜이 쌓아 놓거나 지금의 편의점처럼
정돈되어 있거나 반만 정리되어있거나 등등
주인장의 마음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동네슈퍼만의 정까지 보태져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중 하나였다.
예전에 ㅇㅇ슈퍼 적혀있으면, 보통의 간판이라
당연히 발길을 멈춰서 달콤한 유혹에
곧 장 안으로 들어갔었다.
지금은 그 간판이 눈에 엄청 띄는
희귀한 것이 되어 버렸다.
때론 굿즈로도 나오고 일부러 레트로 형식으로
간판을 만들기도 한다.
골목 탐험이나 시골 가면
단골로 찍게 되는 사진 명소라 할까?
지금도 동네 슈퍼의 옛 간판을 보면
발길을 멈추곤 한다.
아니면 들어가 보거나.
낯선곳에서 자그마한 동네 슈퍼를 보면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여러분들의 동네 슈퍼는 어땠나요? 아니면 슈퍼에서 어떤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