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좀 대고 가실게요
외할머니 손잡고 외출한 곳은 소아과.
어머니께 사진과 그림을 보여드리니 병원 이름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부산 정검현 소아과란다. 위생병원에 계셨던 의사 선생님이라고 하셨다. 시간이 흘러도 부모님께서는 거의 다 기억하고 계시는 게 신기하다.
과연 나도 그렇게 될까?
외할머니의 손엔 어김없이 외출 필수템인 필름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외할머니께서는 외출할 때면 사진 연출할 생각에 설레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주로 엄마랑 갔었지만, 엄마의 필치 못할 사정에는 이렇게 외할머니 손잡고 외출하곤 했다.
어릴 때 기관지가 좋지 않은 관계로 병원을 자주 갔었다. 외할머니께서는 소아과에서 손녀 진료받는 찰나의 순간까지도 남기고 싶었나 보다.
나의 시선은 청진기를 대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외할머니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제일 믿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겠지?
진료 순간이기에 배가 볼록 나온 채로 사진에 담겨버렸다.
부끄러운 것 나의 몫.
우리 외할머니 덕분에
병원 진료 순간은 단 한 장 밖에 없는
나만의 유물 같은 사진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