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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보다 중요한 회복

안 쉬면 안 빠져요

by 주연쌤

쉬는 게 불안했던 나

무작정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루라도 운동을 쉬면 찝찝했고, 루틴이 깨졌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잠을 줄여가며 운동했고 늘 마음이 조급했다. 운동을 안 한 날에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스트레칭이나 복근 운동이라도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운동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운동을 ‘해야만 하는 일’로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스트레칭과 휴식 없이하는 운동으로 인해 관절이 뻣뻣해져갔고 예전보다 덜 무거운 무게도 버겁게 느껴졌다. 수면의 질도 나빠졌고, 전반적인 컨디션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제야깨달았다. 내가 부족했던 건 운동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자극보다 더 중요한 건 흡수

운동은 근육과 신경계에 일종의 ‘자극’을 주는 행위다. 자극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그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한다. 근육은 미세하게 손상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하고 강해진다. 자극 → 손상 → 회복 → 강화.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 사이클에서 ‘회복’을 가볍게 본다. 자극만을 반복하고, 쉬지 않는 걸 성실함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회복이 빠진 운동은 더 이상 성장의 도구가 아니다. 그건 소모다. 회복 없이 밀어붙인 운동은 결국 피로를 축적시키고, 신체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며,면역력과 컨디션까지 함께 끌어내린다.


회복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충분한 수면, 깊은 호흡, 가벼운 움직임, 자율신경의 안정, 적절한 영양과 수분, 마음의 여유. 이 모든 요소가 균형 있게 맞춰질 때, 비로소 몸은 자극을 흡수하고 성장할 수 있다.



안 쉬면 안 빠져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다이어트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회복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 한 회원님은 하루 2~3시간씩 운동하고, 식단도 철저히 지켰다. 체지방률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얼굴과 몸은 늘 부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진짜 쉬고 계세요?”


다이어트와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는 쉬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크다. 운동을 멈추면 ‘뒤처질 것 같다’는 조급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진짜 회복은 그 불안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나는 회원님에게 운동을 멈추고, 푹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이틀만 가져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쌤, 진짜로 붓기가 쫙 빠졌어요. 살이 빠진 건 아닌데, 몸이 정리된 느낌이에요.”


몸은 무리한 만큼, 버티기 위해 붓고 긴장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지방이 빠지지 않는다. 체형도, 몸무게도, 정신적인 상태도 회복이 먼저다. 운동보다 회복이 먼저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존재한다.



회복은 게으름이 아니다

실제로 회원님들을 만나보면,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잘 먹고 충분히 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체중이 잘 빠지지 않고, 오히려 몸이 붓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땐 강한 자극보다 ‘회복’이 먼저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회복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휴식이 아니다. 회복은 ‘나를 돌보는 적극적인 시간’이다. 지금 내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 그게 진짜 휴식이다. 수면, 호흡, 근막 이완, 영양 섭취, 명상과 마음의 안정. 이 모든 것이 모여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나는 웨이트 수업 전후로 필라테스 동작과 가벼운 이완을 꼭 넣는다. 예전에는 이 시간을 줄이고,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 5~10분이야말로 진짜 변화를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격한 운동보다 뇌와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회복 루틴이 오히려 통증을 줄이고, 몸의 밸런스를 맞춰준다.



당신의 루틴엔 회복이 들어 있나요?

우리는 자주 묻는다. “얼마나 운동하셨어요?” 그러나 이제는 함께 물어야 한다. “얼마나 잘 쉬고 계세요?” 운동을 쉬면 불안하고, 쉼이 곧 게으름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미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극보다 회복이 더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가끔은 멈추는 것이 더 멀리 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성장은 자극이 아니라, 회복 속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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