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닮은 라밧에서
모로코에서 도시를 여러 번 옮겼지만, 특정 시간이 되면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인데, 시간이 되면 온 동네의 모스크에서 기도 소리가 울렸다. 마치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이장님이 방송하는 소리 같았다. 라밧은 특히 그런 종교의식이 크게 행해졌다. 사람이 많아서 인지 아니면 가장 큰 모스크가 있어서인지 기도 시간이 되면 길가에 자리를 펴고 기도하는 이들이 한 무리 이상되었다.
홈스테이 할 때 만난 어머니도, 호스텔 주인아저씨도 시간이 되면 몸을 씻고 자리를 편 후 알라를 부르며 기도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모로코에선 기도하는 시간에 주위를 둘러보면 기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루 다섯 번, 모스크에서 기도 소리가 울리고 그때마다 신실한 무슬림들은 그 자리에서 자리를 펴고 기도를 했다. 오늘도 세 번은 봤다. 정말 신실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기도문을 읊는 건지, 아니면 아저씨의 개인적인 기도인지는 알 영문이 없지만, 그 기도 속에는 대부분의 종교를 가진 이들이 그렇듯 당신의 안위와 가족의 안위와 알라를 향한 그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 거라 예상할 뿐이다.
나는 궁금했다. 어떤 기도를 하는지, 그리고 왜 믿는지가 궁금했다. 아저씨는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믿는다고 대답했고, 사랑하기 때문에 기도한다고 했다. 자신과 가족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도 알라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선하게 살 수 있고,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고, 행복 해 질 수 있다고 했다. 아저씨의 이야기에 교회 권사님, 장로님이 떠올랐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웃음으로 마무리 지었다.
전에 있던 호스트와 무엇을 믿으며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불교신자인 호스트는 나에게 종교의 유무를 물었다. 나는 신을 믿는다고 대답했고, 가끔 믿지 않으며, 간혹 믿을 수 없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믿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고 대답했다. 기독교인인 엄마가 들었으면 “어쩌려고 그래~”라는 말을 했겠지만, 호스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런 대답은 처음이라며 좋은 대답이라고 했다. 호스트는 신을 믿는다고 했고, 종교는 다르지만 아마도 같은 신 일거라고 대답했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마음으로 신을 믿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스트가 말한 같은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지만 기도하는 어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언젠가 본 적 있는 기도하는 어른들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도 간절히 비빌 곳이 필요한 게 분명하다. 뭐라도 붙잡고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빌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신의 존재가 잊히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