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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Oct 26. 2024

넌 얼마큼의 온기일까


언제까지 말할 수 있을까

널 그리는 날이야

내 글은 한참이나 부족하기만 했지

첫 운을 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말로 달아나려 하지

온전히 이 글을 맺을 수 있을까

지쳐가지

않는 게 나았지

내게 쓰여질 언어란 없는 게 나을 거야

글을 따라 이 언어가 요동쳤으니까

시.. 애증이었을..

그렇게 모든 것이었을.

사랑하는걸 때때로 경멸하곤 하니까


마지막 말을 할 때쯤 밤비가 내리네

음악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피워 올렸어

타들어가고 아스라이 연기는 피어올라

나른해져 가고 적막을 덮어씌운 듯 감정이 감감해지네

마치 음악과 같은 밤이야

널 안으면 좋을 텐데

하나씩 널 세고 알아가면 좋을 텐데

한 편의 시보다 한 권의 소설보다 탐닉하게 돼

시가 완성될 때마다 잠깐의 희열이 쓸려 지나면 너라는 커다란 공허를 마주하게 돼

마치 강박처럼 그 공간을 채울 걸 찾아 헤매


담배를 비벼 끄고 시간은 자정이 돼가고

오래도록 쓴다고 해서 네가 될까

의문은 생겨나 넌 결국 감추인 존재가 되곤 하지

의미 없는 말들을 덧붙이다, 결국 널 한 부분도 밝히지 못하네

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두하는지 네 밤은 어느 무게인지 이날처럼 비가 온다면 어떤 음색을 갈망하는지

난 알 수 없네

거짓만 느네

그래, 나는 단 한번 진실인 적 없는 사람

시인의 삶이란 무거운 멍에.

밤비를 맞고서 부끄러운 시 몇을 완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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