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
한낮의 나른함이 부서지는 봄날이면 좋겠지만은
나의 계절은 흑암이 내려앉은 지금임에 틀림없다
구름은 거칠게도 이동하며 시야를 어지럽히고
못지않은 흔들림은 나무의 몫이다
광야에는 길목이 없어
오직 옳은 길만이 옳은 길이고
내리는 비를 맞는 일은
길을 걷는 일이다
그러나
광야의 비가 단비임을 아는 것은
봄날의 햇살을 꿈꾸며 걷기에 분주한 것은
메마른 땅을 홀로 걸을 때
나를 밀고 당기던 과분한 스침 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계절이 나의 광야로 흘러
더는 메마르지 않고
해 뜬 날 그저 흐린 날
밤 아닌 모두 낮이었음을
거친 등을 내어 준 하늘과 땅이 흑암에 있지 않고
모두 내게 보였음을
나는 보고 나는 듣고
나의 계절이 광야를 메울 만한 나의 밤이
지금 이 순간이
틀림없이 해 비추기 전임을 너로 알았다
다시 비가 내린다
영원할 것 같던 나의 계절이 가고
너의 계절이 올 때에
저무는 해를 원망치 않듯
지그시 너를 보고
네가 그러했던 것처럼
함께 날 것이다
너의 계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