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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r 12. 2018

[대만 여행] 타이페이 양밍산 봄나들이

이미 봄기운이 만연한 타이페이 주말 나들이

오키나와보다도 남쪽에 위치한 대만.
그래서인지 봄도 한국보다 일찍 오네요.
아직은 일교차가 좀 있는 편이지만 날 좋은 오후에는 기온이 25~6도를 웃돕니다.

한국은 보통 4월초중순에 벚꽃이 만개하는데,
대만은 벌써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했네요.

그래서 주말을 맞아 등산으로 찌뿌둥한 몸도 깨울 겸 동네 뒷동산(?)인 양밍산(陽明山)에 올라 봄꽃 구경 가보았습니다.
친구가 페북에 올린 꽃 사진을 보니 위치는 바로 비산암(碧山巖)!

內湖 碧山巖

114 대만 Taipei City, Neihu District, 碧山路

상세보기

벚꽃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암자 계단 입구.
한국의 벚꽃과는 다르게 흐드러지게 피었다기보단 송이송이 피고 색깔이 대부분 붉그스름하거나 핑크빛을 띄는 게 대만 벚꽃의 특징.

한국이나 일본의 벚꽃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은 아니지만 나름의 소박한 맛이 있네요.
그 자체로 '대만'스럽습니다~
뻐기듯 화려하게 피었다가 사그러들기보단 은은하고 순박한 멋.

계단이 꽤나 긴데 계속 오르다 보면 도교 암자가 하나 나옵니다.

이런 곳이 집에서 차를 타면 10분 거리에 있다는 사실...(저도 믿기지가 않네요 ㅎ)
제가 날씨가 거지 같은 타이페이를 그래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근처에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아닌 山海真美) 즉 산과 바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교 사원 입구쪽에 위치한 동상

사원 입구..
한국 기와지붕과 중화 기와지붕의 차이라면 한국은 단청이 화려한 것과 대비해,
중화권은 지붕 위 장식들의 기교가 하늘을 찌를듯이 화려하다는 것!

이 암자의 백미는 바로 타이페이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가 있다는 건데요.
이 사원 반대편 뷰가 바로...

쫘잔~
ㅠ 근데 오늘은 안개가 자욱히 껴서 시원~하게 보이지는 않네요 ㅠ

짙은 안개가 마치 '운해(雲海)'처럼 그윽한 정취를 자아냅니다.

쪼~~~기 빼곰히 솟은 타이페이101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안개 속에 숨어있네요.

방문객이 향을 들고 참배하는 향로

신께 바칠 헌물들...

대만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종교로서의 신앙이라기보다는 생활로서의 신앙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유독 한국의 기독교(천주교+개신교)가 주일 미사/예배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여긴 그냥 꼭 주말마다 사원 안 나가더라도 제사처럼 중요한 시기면 꼭 이렇게 참배를 드리곤 합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춘절' '정월대보름' '귀신의 달'처럼 말이죠.

사원 뒷동산으로 오르면

사원 메인 건물 (불교에선 보통 '대웅전'이라 하는데 도교 사원의 메인 빌딩은 뭐라고 하는지 몰겠네요;) 지붕은 기교의 끝을 보여줍니다.
용이며 사람이며 문양이며 그 디테일과 색채가 동네 사원치고는 꽤나 수려하네요.
세 명이라 그런지 처음엔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를 떠올렸네요. (그 중 한명은 정말 관우로 생각됩니다만...)

그리고 사원을 내려오면 白石湖吊橋라고 하는 흔들다리가 있습니다.
湖는 원래 호수라는 뜻인데 산에 위치한 湖는 진짜 호수를 가리키기보다는 골짜기를 의미하기도 하더라구요.
작년에 갔었던 竹子湖처럼...

이 다리는 대만 3년 살면서 처음 건너보네요...
비산암은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뒷 주차장에 이런 다리가 있는 건 모르고 그냥 지나침...ㅠ

다리를 건너면 작은 마을이 있는데 주말을 맞아 벼룩시장 같이 농산물이나 이곳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노점상들이 있습니다.

뒤에는 앙증 맞은 하트 모양의 연못과 꽃섬이!! (대만대만스러워~~~)

골목골목을 걸으면 무슨 동화 속 마을을 걷는 것과 같은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캬~ 이게 바로 주말 아침의 맛!!

대나무 숲 옆에 아기자기한 까페가 하나 있어 들어가 봅니다...

소박한 대만 가게의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평화롭게 아침을 즐기는 이 상팔자 강아지도 반갑네요.ㅎㅎㅎ

탁 트인 골짜기를 배경을 지나치기가 아쉬워 나름 브런치(?)로 요기를 해 봅니다.
(배 채우기 위한 눈을 채우기 위한 마음의 양식이랄까?!)
모기만 없었으면 좀 더 여유 있게 있었을 것을 방충제를 안 뿌리고 와서 가려움에 쫓기듯 자리를 떠야 했던 게 유난히도 아쉬웠네요 ㅠ

설렁설렁 걸어서 다시 다리로~

빡센 등산 아니더라도 산 좋아하는 분들은 타이페이에 오시면 한 번 들러서 사원, 시내 파노라마 즐기고 가기 좋은 코스네요.
아마 대부분 관광하러 오시는 분은 절대로 알 수 없을 로컬스러운 주말 나들이 코스!

대만이 좋은 이유는 무엇이 됐든 위화감이 없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데 있지 않나 싶네요.
제 친구는 양밍산의 좀 더 깊은 곳에 갔는데 그 곳에도 제가 알지 못했던 비경들이 있었네요. 

Qianshan Park

112 대만 Taipei City, Beitou District, 紗帽路116-15號

상세보기

다음 번에 가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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