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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다시 만나 반가워, 나의 분홍 마패

by 조아름

10개월 동안 내 가방에 항상 달려있던 분홍색 마패, 임산부 배지.
배가 티 나지 않던 임신 초기부터 배불뚝이가 된 지금 이 순간까지 나와 함께했던 작은 핑크 배지였다.



어제 점심 약속이 있어 손목에 그 마패를 차고 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손목을 바라보았는데 배지가 보이지 않았다.

입고 있던 패딩 주머니를 구석구석 뒤져 보았지만 흔적도 없었다.
순간, 식당에서 밥을 먹기 전 테이블 위에 배지를 내려놓았던 기억이 스쳤다.
아, 아마 깜빡하고 두고 온 모양이다.



평소 물건에 큰 집착이 없는 편인데, 이번에는 왠지 마음이 많이 쓰였다.
허니와 함께한 10개월 동안 마치 부적처럼 나를 지켜주었던 물건이라 그런가 보다.
'이제 임신 기간도 거의 끝났으니, 지금쯤 잃어버린 게 다행이지.'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남편과 통화하면서 배지 이야기를 하자, 남편이 말했다.
"그래도 기념인데 아쉽잖아요. 혹시 모르니까 식당에 전화라도 한번 해봐요."
"그럴까? 한번 물어나 볼까요?"

식당에 전화를 걸었지만, 분실물 접수된 것이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에도 전화해 보았다.



카페 사장님은 임산부였던 내가 기억난다며, 나가는 길에 손목에 분홍색 띠가 있던 걸 봤다고 하셨다.
그리고 주머니를 다시 한번 잘 살펴보라고 하셨다.

그때서야 내 패딩 조끼의 안쪽 주머니가 뜯어져 있던 걸 떠올렸다.



손을 넣어 안쪽을 더듬어 보니,
동그랗고 익숙한 감촉이 손에 잡혔다.

꺼내 보니 바로 임산부 배지였다!



와!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 곧 출산이라 필요 없는 물건이라며 스스로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았던 거다.



다시 만나 너무 반가워, 나의 분홍 마패야.

허니를 만나는 그날까지 함께 지켜주어 고마워 :)






2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허니야! 오늘은 퇴근하고 들어온 아빠가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어~

우리 허니를 품고 있느라 고생했다며 앞으로 더욱 행복한 날을 보내자고 작은 편지도 건네어 왔어.

엄마는 생각지 못한 꽃다발과 편지 선물에 감동을 받아서 코끝이 찡했단다.

다행히 울지는 않았어 헤헷 너무너무 고마웠지 뭐야.

아빠는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이야. 우리 허니도 아빠를 닮아 이렇게 다정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네. 어떤 아이일까~? 궁금해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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