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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씨 Feb 21. 2022

입술-7.2

일곱째 날, 7월 13일 금요일


 오후 19시에 있을 콘서트를 위해,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콘서트를 위한 옷을 갈아입고, 콘서트를 위해 적당한 저녁을 먹어야겠다. 집에 들어가기 전 미리 저녁식사를 위한 장을 본 후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다. 마트 앞, 가디엉은 늘 그렇듯 안녕을 건네며, 그의 친절에 답하며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간다. 그동안 언짢고 미묘한 감정에 지친 나를 위해 만찬을 준비한다. 고기와 채소들을, 파스타 면을 그리고 감자 칩을 골라 계산을 마친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양손은 무겁지만, 마음만큼은 이토록 가볍다. 시시포스와 같이 매우 힘든 여정을 올라가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거대한 돌이 곧, 정상에 도착하리라는 것을 아는 나는 그와는 약간 다른 결말을 가져간다. 정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니, 내 주위의 모든 사물과 환경이 밝고 아름다우며 찬란하다 라는 것을 느끼고, 나 스스로 존경심을 느끼며 동시에 거대한 일을 끝마쳐가 는 나 스스로 경외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은 내가 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괜찮 다, 곧 당신들을 위해 나의 선전, 전복, 혁명이 준비되어간다. 당신들은 그저, 나의 파티에 참석하여 이름을 기재하고, 마음껏 먹고 마시며 춤을 추면 될 뿐이다. 내가 준비한 전야제에서만큼은, 현실에서의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오직 탐미만을 추구하면 될 뿐이다. 이것이 곧 입장료이며 당신들이 전야제를 퇴장할 유일한 출구이다. 아름다움에 휩싸인 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춤을 추는 당신들은, 누구보다 아름 다우며 누구보다 광적일 것이다. 곧 벌어질 디오니소스제의 개최를 생각하니 마음이 떨리며, 어렸을 적 소풍 을가기전날, 요동 치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가방을 수시로 확인하고, 잠이 들지 못하여이 불안, 발을 동동 구르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이런 종류의 설렘은 미지에 대한 환상,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나가던 길,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이 들여온다. 오늘 내가 입은 옷은 완벽한 테일러링과 우아하고 열성적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력한 집착이, 결실을 거두어감을 확인하고, 이토록 완벽한 모습의 화면 구성을 건설한 내 모습이 더욱더 대견하고, 외적과 내적, 양쪽에서 발산되는 아름다움은 현실에 표상돼 는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대며 지금 이 공간에 균열을 일으킨다. 내가 걸어가는 곳마다, 균열은 발생하며, 균열이 간 자리에는 내 아름다움이 퇴적되어 해체를 이루어 낸다.


집에 도착하였다. 손을 씻는다. 입술의 존재를 확인한다. 감탄한다. 옷을 정리한다. 옷을 갈아입는다. 장 봐온 물건들을 정리한다. 요리를 시작한다. 재료를 손질한다. 요리의 냄새가 집에서 진동한다. 환기를 시 킨다. 설거지하며 요리를 한다. 식탁을 정리한다. 식사를 시작한다. 맛을 느낀다. 감탄한다. 설거지한다. 창문을 닫는다. 양치한다. 피곤하다. 콘서트 전까지 잠을 잔다.



오후 17시 30분, 설정해 놓았던 알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일어난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는다, 그들을 만날때 반드시 입기 위한 옷들을 옷장에서 꺼냈다, 반듯이 잘 잘린 부츠컷 바지와 아름다운 패턴의 실크 셔츠 그리고 아름다운 가죽부츠를 신어 콘서트 갈 준비를 마친다. 그들을 향한 나의 사랑은, 절대적이며, 순종적이다. 오직 그들만을 준비를 완료했고, 콘서트장을 향해 출발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걸음걸이는 헤르메스가 신발을 신겨 줬음이 틀림없다. 걸음걸이는 가벼웠고, 모든 길은, 나를 향해 움직였다.


 저녁의 구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젖은 땅에 태양의 흔적들이 비치며 세상을 따스하게 안아준다. 저물어가는 태양의 처절한 마지막 온기는 하루살이처럼, 열정적이고 처절했다. 지하철에 타는 도중, 롤링 스톤즈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이 불러줄 사랑의 노래를 미리 들어보며 머지않은 미래를 예상한다. 이토록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수년간 해오던 짝사랑을 만나고, 짝사랑이 불러주는 구애의 노래와 춤을 목 격한다는 사실은 나를 미치도록 한다. 콘서트장에 가기 전,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라면 참 좋을 텐데, 그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들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라는 망상과 함께 목적지에 다다른다. 콘서트장의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인파 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다. 나도 그들과 하나가 되고 공동체가 된다. 그들과 같은 사랑을 느끼며 그들과 동조되고 같은 부분에 같은 감정을 느끼며 하나로 스며든다. 기나긴 기다린 끝에, 마침내 콘서트에 입장하였고, 모두가 무대를 바라보며 그들의 등장을 기다린다.


 무대의 조명이 꺼진 후, 심장을 긁는 전자기타의 소리가 나타난다. 키스 리처즈와 로니 우드의 리프가 음량을 형성하며, 무대를 장악한다. 그들의 기타는 콘서트장에 전율을 주고 충격을 가져다준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어서, 찰리 왓츠의 균일한 드럼 박자가 노래에 축적을 시작하며, 음악의 지휘를 시작한다. 그리고 지상 최고의 프런트 맨 믹 재거가 등장한다. 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움직임은 현란하고 아름답다. 관능적인 그의 목소리는 귀를 자극하고 그의 춤사위는 눈을 자극한 다. 그들은 하나가 되었고, 우리 역시 하나가 된다. 이곳은 저들에 의해 난교의 현장과 같이, 모두 갇혀 키고 섞였다. 황홀경이 목격되고 혼돈의 질서가 생겨났다. 모든 이들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사랑의 외침을 보내고 몸짓을 보낸다. 그들은 우리의 사랑을 대답하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공간을 채우고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 저들은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블루스와 로큰롤의 멜로디를 뱉어냈으며, 공연장은 이미 리듬과 가사 그리고 관객들의 함성과 눈물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차고 뒤엉 켰다. 모두가 이곳에서 나가기 싫어했으며, 여기서 죽어도 좋겠다는 감정을 공유했다. 백색 왜성과 같은 거대한 폭발적인 에너지가 터져 난 이곳은, 이제, 죽은 행성이 되었다. 콘서트는 종료되었고, 모두가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여 시체가 되었다. 이들은 눈물을 쏟기도 하고, 미소를 띠기도 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씁쓸한 결말을 마무리 지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눈물을 흘리고 미소를 띠고, 떨리는 손과 다리 그리고 심장을 부여잡으며 집으로 향한다. 잊을 수 없는 2시간의 여행이었고, 이 순간은 죽기 진전까지 잊지 못할, 영원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이었다고 단정 짓는다.


시체가 된 육신을 이끌며 집에 도착한다.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영혼만이 남아 있는 몸을 이끌고 입술들 앞에 자리를 위치한다. 그들은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그들의 아름다움을 눈에 넣고, 에 너지를 주입한다. 사라졌던 에너지는 조금씩 충전되고, 몸에 활기를 되찾아 준다. 저들은 생명에 대한 지 속성마저 도와주는 현실 너머에 있는 정의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저들에게 감사함을 가득 담아 저녁 인사를 건네고, 샤워한다. 샤워를 마친 후, 데오도란트를 뿌리고 향수를 뿌린다. 저녁 23시, 롤링 스톤즈의 공연을 찍은 동영상을 보며 다시 한번 그들을 느끼며 4개의 달과 함께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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