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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Oct 23. 2021

노가리 가시

#10




“아!” 신태준이 약간 인상을 찌푸리면 손을 들어 왼쪽 볼을 감쌌다.

“뭐야?” 이규식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신태준은 손가락을 입에 조심스럽게 넣어 무언가를 빼냈다.

생선 가시였다.

“별거 아냐. 노가리 가시가 제대로 안 발라졌는지 입안이 찔렸네.”


나는 그 말을 듣고선 급히 빈대떡을 하나 부쳐서 두 사람이 있는 탁자에 내놓았다.

“죄송합니다. 좋은 재료로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 불찰이 있었네요. 사과의 뜻을 담아 덤으로 드리는 안주입니다. 기분 푸시고 다음에도 또 찾아주십시오.” 나는 신태준 쪽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여러 가게에서 식당일을 돕고 보수를 받은 적도 있었는데…. 고생 많으십니다. 정말 괜찮으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태준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이규식과 담소를 이어 갔다. 둘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언쟁하는 등 제법 깊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기도 했다.


“태준아, 나 약혼녀가 술 좀 줄이라고 해서 너무 오래 까지는 안 있을 거 같다. 이제 슬슬 일어나자. 정윤이 알면 나 혼난다.” 이규식은 한결같이 팔불출(八不出) 같은 면모를 보이며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래, 나도 안 그래도 졸려서 일어나려고 했다.” 두 사람은 들어올 때 열고 들어왔던 미닫이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다 좋은데 좀 눈치가 없네.’


이후 몇 손님이 더 왔다 갔고 마감 시간을 넘겨 어느덧 장사가 끝났다. 확실히 어제보다는 오늘 장사가 덜 고되었다. 매출은 평소보다 적은 편이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8월 16일이라 했던가….’


정확히 8월 15일의 늦은 오후였다.

나는 가게를 열기 직전에 거래처 정산을 하다가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옛 어른들 말씀에 ‘하늘이 돕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양조장에서 술을 배달해주는 업자에게 전해 듣길 금일 오후부터 서서히 마포 형무소와 서대문형무소의 정치범들이 석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에 가게들을 돌며 마포와 서대문을 자기 발로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소식이니 틀림이 없다고 흥분해서 말했다. 본인만 왜 둔한 놈처럼 모르고 있냐며 가게 이름 따라간다고 붙박이 나무처럼 여기에만 있지 말고 문을 열고 나가보라며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업자에게 거래했던 잔금을 치르고 가게 밖으로 나가보니 탑골공원 인근에 다닥다닥 벽보가 붙어있었다. ‘중대발표가 있으니 조선인들은 경청하라 제목 아래로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이 전쟁으로 고생하는 자국민을 불쌍히 여겨 종전을 선언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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