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자 나누기를 활용해요
위의 두 개의 선 중 어떤 것이 더 길어 보이나요? 바깥쪽 화살표를 한 선이 더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길이의 선입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크기나 색, 형태가 달라 보이는 것은 우리의 눈이 착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림은 3차원의 실제 세계를 2차원의 종이 위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당연히 똑같이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형태와 명암, 원근 등 적절한 기법을 사용하면 매우 그럴듯한 공간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대상과 비슷해 보이게 그린다는 거겠죠. 그래서 형태를 잘 그릴 기준자가 필요해요. 그림을 그리는 누군가가 한쪽 눈을 감고 연필로 길이를 가늠하는 모습을 보았을까요. 그 사람은 연필을 기준자로 이용해서 형태를 파악하는 중일 거예요. 짐작으로 그린 것보다 기준자를 활용하면 대상을 정확하게 나타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물을 그릴 때 기준자가 바르지 않다면 눈 크기나 코 길이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인상이 달라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정확한 기준자를 적용하기에 초보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그 어려움을 줄여줄 만한 방법으로 격자 나누기를 추천합니다. 격자 나누기는 몇 백 년 전부터 화가들의 기준자 역할을 해온 미술 기법이라고 해요. 간단하지만 정확한 형태를 잡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자를 형성하는데도 좋은 훈련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 격자나누기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
준비물 : 자료사진, 자, 연필, 트레이싱지, 스케치북
1. 스케치할 대상의 사진을 준비합니다.
2. 트레이싱지를 얹고 사진을 가로 세로 4등분 혹은 8 등분합니다.
때에 따라서 더 세분화할 수도 있습니다.
3. 트레이싱지에 형태를 따라 그립니다.
4. 트레이싱지에 나타난 형태를
스케치북에 같은 비율로 크게 확대하여 그립니다.
스케치를 완성하면 트레이싱지와 스케치북의 비율 차이를 비교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조정합니다. 사진자료가 복사물이라면 트레이싱지 없이 그려도 됩니다. 그림 그리기에 익숙해지면 자료 사진이나 실물을 보면서도 스케치가 가능하겠지요. 전 아직도 정확한 형태를 표현할 필요가 있을 때는 여전히 격자 나누기 방법을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구의 도움을 받는 데에 주저하지 마세요. 그림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형태를 보는 눈을 훈련시키는 데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