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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Dr MCT Nov 24. 2022

내 아이는 대체 왜 이럴까?

정신과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7)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격언이 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에 나는 어땠는지 그 때 내가 무슨 마음이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렴풋하게만 기억이 난다. 특히 자녀가 청소년쯤 됐을 때는 이미 나는 꼰대가 돼버린 후이기 때문에 올챙이적을 생각해내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당신이 유달리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망각을 하도록 설계 되어있고 다시 기억을 되짚어서 꺼내려고 하더라도 우리는 컴퓨터가 아니기에 정확히 기억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부분만 원하는 방식으로 기억하기 마련이다. 


얼마 전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우울과 불안을 주소로 내원했다. 주요 스트레스는 공부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이었다. 부모 모두 학창 시절에 꽤 공부를 잘한 편으로 어머니는 ‘왜 학교에 안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는 그냥 하면 되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돼요. 저랑 남편은 학창시절에 공부를 곧잘 했는데 말이죠.’라고 이야기를 했다. 당신이 이렇게 글로 보면 ‘아이 엄마가 너무 빡빡하네’ 혹은 ‘공부가 다가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나도 저런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다 자신이 곧 잘 했던 것에 대해서는 좋게 기억을 하고 이해를 잘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들을 떠올리며 어린 친구들의 마음에 공감하려는 자세를 더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자녀들은 당신의 어린 시절을 본적이 없고 어른이 된, 이미 꼰대가 돼버린 부모의 현재 모습만을 보기 때문이다. 




당신의 청소년기를 생각해보자. 한창 반항심 넘치고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때를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하는 말은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 말 같고 선생님들이 하는 말도 당신을 억압하려고 하는 말 같다. 학교는 나를 가두는 감옥 같고 야자는 그 억압의 수단으로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공부해라’, ‘놀지 마라’ 같은 얘기들은 다 어른들의 욕심에서 하는 말 같이만 느껴진다. 그때는 어떤 충고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감정은 청소년기에 대부분 느끼는 감정들이다.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잊고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런 감정을 조금 빠르던 늦던 느끼도록 설계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정말 어른이 하는 말들이라면 다 틀린 말 같이 느껴지고 친구들의 의견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부모의 말도 잘 안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때 우리는 아이에게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쳐야하는 것일까? 그냥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부모가 하는 말이 법이기 때문에 논리가 없어도 말을 듣게 할 수 있다. ‘학생이라면 공부를 해야해’, ‘방 청소를 잘해야해’, ‘자기 전에는 이를 닦아야 해’ 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아이는 논리를 배우고 의심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입장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가 아직 어린애인 마냥 명령만 하기 때문에 마찰이 심하게 생긴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서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야한다.


아이가 방문을 계속 닫고만 있는 것이 싫다면 방문을 열고 있을 때마다 용돈 만원씩을 줘보자. 논리적으로 방문을 열고 있을 좋은 근거가 생긴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부모가 하는 행동은 아이가 따라하기에 아주 좋은 근거가 된다. ‘아빠, 엄마도 어렸을 때 열심히 공부했단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좋은 근거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지 어렸을 때 어땠는지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면, 단지 습관적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일만 하는 것 의외에도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다면 아이는 무조건 따라하게 되어있다. 하지 말라고 해도 더 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당신은 그런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있는가?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만약 아이가 어긋나고 있다면 부모를 포함한 주변환경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도 당신이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 악순환이 자녀들에게 되물림 될 순 없지 않은가? 당신보고 한순간에 180도 바뀌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부터 조금씩 바꿀 수 있다면 아이는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당신보다 더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오히려 부모가 바뀌는 모습을 보고 더 큰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부모의 삶은 굉장히 지치는 삶이다. 일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다 빠져서 다른 곳에는 신경을 쓰기 힘들다는 것을 나도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자녀와 당신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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