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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독직해, 방법을 안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제가 받은 질문 중에 영어 리딩을 잘하는 방법과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또한 마지막엔 이러한 효과를 증대하는 법도 소개 됩니다. 글은 약 8분 정도의 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영어강의와 뉴미디어 학습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방문은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로 검색하세요.


저는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할 때 인지과학을 1년 정도 배운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의 뇌가 어떤 식으로 학습하는지에 대해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하는데요. 언어 습득에 대한 저의 궁금증을 많이 해결해준 학문입니다. 이번 글은 사실 구독자분 중에 어떻게 영어로 된 원서를 즐겁게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제가 인지과학과 언어 습득이론을 통해 답변한 것을 쉽게 정리한 겁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래 제가 받은 질문부터 확인하시죠.


[질문]

"영어 원서로 책을 읽을 때 해석하면서 읽다 보면 어려운 문장은 직독직해가 안돼요. 그래서 뒤에 갔다 앞에 갔다 하면서 읽다 보니, 문장이 세세하게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거 같습니다. 어떻게 읽어야 좋을까요? 그냥 뜻도 모르고 읽는 건 소용이 없지 않나요?"


[답변]

우선 "영어 공부"를 위해서 하는 리딩은, 특히 뜻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읽어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찾아 읽어야 하고,

둘째는 해당 주제를 자신의 난이도에 맞는 자료로 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내용이 이해가 됐는데도 책이 재미없다면, 당장 그 책을 놓고 다른 걸 고르세요. 흥미 있는 걸로요. 과제나 업무 때문이 아니라면, 영어 공부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영어책을 고르면 정답입니다.


저 같은 경우 비소설 중에 스티브 잡스 전기, 스타트업관련 비소설, 디자인 관련 책들을 주로 보는데요. 영어로 된 책은 지금도 역시 읽다가 문장 여기저기 왔다갔다고 하기도 하고 리스닝도 잘 안돼서 자주 틀리곤 합니다. 단지, 실력이 올라갈 수록 그 빈도 수가 줄어 들었을 뿐이죠.


이건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비밀인데, 평생 깔끔하게 들리고 읽히는 경우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위에서 유학 4년 다녀왔으니 "이제 영어가 한국어 보다 편하죠?"라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저도 매일 영어로 읽고 듣는 경우 처음에는 여러번 다시 듣고 읽고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 자신은 영어가 100% 완전히 깔끔하게 들리고 해석도 된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영어를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죠. 이건 비단 영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저명한 수학자나 경영학자에게 가서 물어보셔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은 해당 전공분야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 평생 해도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하고 어렵다고 말할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겁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죠.


다시 영어 리딩 문제로 돌아와 보죠.

먼저 난이도에 대해 설명해 드리면, 보통 한 페이지당 모르는 단어가 5개 이상 나오면 적당한 책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말합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한 페이지에 보통 영어단어가 200~ 400개 정도 나오니 사실상 3% 이상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난이도가 맞지 않는 책이죠.


단지,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이 이론이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일어를 배울 때 비디오 게임으로 했는데요. 게임상에 모르는 단어가 50% 정도였어도 끝까지 사전으로 해석하면서 배웠습니다. 영어로도 처음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갔을 때 배우는 논문과 책에는 모르는 단어가 수도 없이 나왔어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흥미라는 매직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죠.


그러니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난이도가 맞고 토픽도 자신에게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는겁니다. 특히, 정확한 방법으로 하루 1시간 30분 이상 읽으면 그 효과와 재미는 올라갑니다. 전문가들은 (Paul Nation 논문 참조) 1시간 30분 이상 리딩을 하지 못하는 경우 실력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영어 능력 향상에 필요한 절대 시간입니다. 리딩만 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조건 1시간 30분 이상 하셔야 합니다 (만약 리딩, 리스닝 등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는 다름). 그래서 아침저녁 출퇴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최소 30분 단위로 3 sets 이상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30분 이상을 최소 시간으로 배정하는 이유는 우리의 영어뇌를 warm up 시키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5분 영어 뭐 이런 것에 현혹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렇게 절대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영어 뇌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 여러분이 영어책을 읽기 시작하는 그 즉시 작동(activated)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5~10분 정도 걸리고 어떤 때는 20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30분 정도 큰소리로 읽으며 뇌를 자극하고 튜닝 합니다. 그러면 그날 하루 종일 영어 습득 효율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일 30분을 투자하는 것은 그 뒤에 할 5~6시간의 작업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일입니다. 마치 가수분들이 아침에 매일 발성 연습을 하듯이요.


이런 이유로, 앞서 말한 매일 5분 영어 같은 것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뇌는 근육 덩어리 기관이고 영어는 운동 뇌에 가깝죠. 사실 매일 5분씩 영어를 해서 실력을 키운다는 건, 매일 5분씩 운동해서 식스팩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소리죠. 불가능합니다. 5분씩 10년을 해도 식스 아니....쓰리팩도 만들지 못하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1시간 30분 리딩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5분 10분 30분 이렇게 꾸준히 올라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제가 드리는 방식은 중급자를 위한 것이고 "영어를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초급자의 경우는 5분 영어도, 외워서 하는 패턴 영어도 모두 도움이 됩니다.


사실 즐거운 리딩(pleasure reading)을 통한 영어 실력 향상을 주장한 사람은 Dr. stephen krashen 입니다. 제가 강의와 블로그 포스트, "영어 고수되는 법"에서도 언급했듯이 리딩을 흥미로워하는 주제로 그리고 모르는 단어가 이야기 전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나오는 글을 통해 이런 몰입 상태로 들어가면 "영어 공부"는 머리에서 빠지고 "스토리 자체"에만 집중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주로 책을 말하는 것이지만 꼭 종이 책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전자책이든, 블로그 글이든, 잡지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아직 영어 습득에 대한 강의와 해당 글을 안 읽으신 분들은 꼭 보세요.

Dr. stephen krashen 강의와 블로그 포스트 "영어 고수되는 법"

https://brunch.co.kr/@dohyunkim/60 


제가 개인적으로 드릴 수 있는 추가 의견으로는, 영어로 읽고 들으실 때 chunk(청크) 단위로 읽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점점 이런 chunk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작업을 전문용어로 chunking(청킹)이라고 하는데요. 시간은 좀 걸리는 작업이지만,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영어도 의미 단위가 있는데, 이런 의미 단위를 chunk라고 보통 부르고 있습니다. 영어에 익숙 해지면서 덩어리 즉 이 chunk의 크기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I like reading (books) everyday because it broadens my knowledge."이런 문장이 있다면,


처음에 한단어 한다어 들어 옵니다.

아래처럼,

I /

like /

reading /

everyday /

because /

it /

broadens /

my/

knowledge


그리고 나선,

I like /

reading everyday /

because /

it broadens /

my knowledge


아마 대부분 우리나라 분들은 이 두 번째 단계에 있을 겁니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시려면 영어 한 문장을 책에서 읽고 바로 백지에 그 문장 그대로 써보세요.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아니면 소리내서 말해보세요.


중요한 건 결국 직독 직해를 위해 최소 청크 단위가 아래 정도의 크기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 like reading everyday /

because /

it broadens my knowledge


이 정도는 되어야 직독직해 어쩌고 해볼 수 있죠. 이제 최소 청크 단위 만들게 된 겁니다.


그 다음은,

I like reading everyday because /

it broadens my knowledge


또는, 거의 전체 문장이 1개의 chunk 안으로 다 들어오죠.

I like reading everyday because it broadens my knowledge


앞에 읽은 장보가 해석이 될 때까지 정보가 머릿속에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청크의 크기를 키워가야 직독직해가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나 선배가 "직독직해"라고 알려 줬다고 여러분들이, "아~ 직독직해 해야지~" 하고 바로 되는 게 아닙니다. 절대 방법을 알았다고 바로 직독직해 못 합니다. 마치 운동할 때 러닝머신(treadmill) 사용 방법을 알았다는 것이 빨리 뛰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닌 것 처럼요. 100m 10초 안에 뛰어야 해 라고 했다고 바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현실에선 그 방법을 통해 많은 시간 연습을 해야죠.


이렇게 영어에서 청킹(Chunking)이 잘 되야 해석할 때 앞뒤로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바로 문장이 이해될 수 있는 준비가 된 겁니다. 아마도 들어오는 정보를 청크 단위로 뇌가 잡고 있다가 영어 어순으로 넣어주는 과정이 있을 겁니다. 읽을 때, 들을 때, 말할 때도 모두 포함되는 얘기입니다.


좀 더 과학적인 이유를 설명하면, 사실 뇌의 영어의 정보 처리 능력(short-term memory) 부족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죠. 마치 컴퓨터의 캐시 메모리 같은 거죠. 뇌에 정보를 처리하는 그릇의 용량이 있는데 이것이 정보가 익숙한 것일수록 많이 담으면서도 빨리 처리할 수 있습니다.


즉 익숙한 정보나 자주 접하는 정보에 대해 뇌의 처리 시간은 빨라 지고, 소비되는 에너지는 덜 들어가죠.


중요한 건 사람들은 모두 개념적으로 딱 정해진 뇌의 용량을 가지고 있어서, 만약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 영어 단어를 읽는데 이미 그 용량을 다 쓰게 되죠. 그러면, 해석하는 데 쓸 용량이 남지 않게 되어 정보를 잡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문장 앞뒤로 단어를 찾아다녀야 하죠.


청킹과 관련 유명한 얘기를 소개해 드리면,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전화번호가 7자리인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은 숫자 7자리가 넘어가면 처리를 한 번에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리고 신용카드 번호도요. 번호가 예를 들어, 120908203984라면 외우기 힘들죠. 그래서 청킹하죠. 1209 0820 3984 이렇게만 해도 외우기가 매우 쉬워집니다.


그래서,

Chunking은 아래처럼 두 가지 역할이 존재합니다.

1. 큰 덩어리를 작게 잘라서 패턴을 만들어 외우기 쉽게 만드는 것

2. 정보를 익숙하게 만들어 잘라진 한 덩어리 안에 많은 정보를 담아, 같은 용량으로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


그래서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빠르게 패턴을 기억해 넣고, 한 덩어리에는 더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는 겁니다. 즉, 영어로 문장을 만들면서도 남는 용량으로 무엇을 다음에 말할지도 생각하며, 프리토킹을 자연스러운 속도로 이끌 수 있게 되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고요. 들어오는 정보 보다 뇌의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효율은 떨어지죠.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지만, 사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영어로 하라는 겁니다. 좋아하는 걸 하면 계속하고 싶고 계속하다 보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하루에 2~3시간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영어에 익숙해 져서 잘하게 되는거죠. 제 주위에 그 어떤 영어 고수도 다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는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지만 좀 힘들고 귀찮은 거죠. 다들 겪는 과정입니다.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니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좋은 책을 선택하시고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만큼 읽으면서 즐기세요.


하루에 1시간 반 정도 리딩을 할 수 있다면, 일단 눈에 익숙한 영어 표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가독성도 높아지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몰입하게 될 것이고요. 그럼 제가 앞서 설명한 얘기가 뭔지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며 생각하겠죠, "아~~ 그때 그 사람이 이 얘기를 한 거구나~" 하고요.


그럼 흥미로운 주제를 찾아 읽고 싶은 만큼, Keep calm and do chunking 하세요: "동요하지 말고 꾸준히 청킹하라"




한국인이 흔히 잘못 배우는 "can & be able to"의 차이를 정확히 소개한 글:

https://brunch.co.kr/@dohyunkim/36


글 읽기를 싫어하는 학습자가 영어 원서를 즐겁게 읽도록 도와주는 글:

https://brunch.co.kr/@dohyunkim/130


자신의 어휘력을 확인하고 실제 적용 가능한 학습 법을 소개하는 글:

https://brunch.co.kr/@dohyunkim/32


<관련 책 추천>


영어를 단순 해석이 아니라 입체적인 입력으로 글의 의미와 뉘앙스를 그대로 습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어휘책 소개: https://brunch.co.kr/@dohyunkim/136


단순 규칙의 나열이 아니라 의미와 늬앙스 중심으로 디자인된 문법 책:

https://brunch.co.kr/@dohyunkim/77


구문 동사를 통해 어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을 소개한 책:

https://brunch.co.kr/@dohyunkim/109


<책 구입 방법>


송금 후 이메일로 1. 입금자 이름, 2. 책 제목, "문법/ 전치사/ 5%" 3. 책의 타입, PDF 또는 애플 기기용 iBook 인지 을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김도현, 5%, iBook"라고 알려주시면, 해당 책을 즉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쿠폰과 이용 방법을 자세히 이메일을 통해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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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초/중/고 영어 학원 소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영어 학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론뿐 아니라 실제 대치동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뉴미디어 영어학원:

https://www.newmediaengli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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