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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Aug 31. 2022

새벽 다섯시의 조울증


이 시간까지 잠을 못 자고, 적게자도 괜찮은 이유는 하나 뿐이다. 조울증은 양극성 장애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1형이었는데 2형이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주기적으로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시기가 오는 데. 지금은 올라가는 시기이고 사실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하다. 기분이 좋으면서 모든 지 괜찮고 아무 생각 없는 거 같지만 아무거나 충동적으로 하기 쉬운 시기임으로. 그래서, 죽기 좋은 상태라는 거다. 사실은 이 상태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때 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는 거. 나만 알 수 있는 그런 시기다.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엄마 아빠 고양이들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이 아무도 생각나지 않고 그냥 본능적으로 뛰어내리고 싶거나 없어지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받는 시기가 지금이다. 괜찮다고 말할 때 정말 괜찮지만 어딘가가 고장난 거겠지. 이런 충동을 끌어안고 사는 게 쉽지 않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잡아두는  힘들다. 식욕이나 수면욕을 참는 거랑 똑같다. 그정도로 강렬한 충동이다. 이런 시기가 많지는 않은 데.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물리적인 고통때문에 타격이 있다.  일을 안하고 쉬는 게 위험한 이유는 일상생활을 하지 않으면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서 결국 행동으로 이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쉬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거. 수술 후에 이런 후유증을 대비해서 두 달정도  일하기로 한건 데 역시나 나를 믿을 수 없는 건 확실하다. 어떤 때고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어. 뛰어내리고 싶고 죽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거 자체가 죄인인가. 예전엔 죄인처럼 느꼈지. 지금은 아니긴 해. 그냥 피곤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게 죽고 싶은 걸로 이어질 뿐이야. 자는 거랑 똑같은 거. 근데 정말 자고 싶다. 잠들고 싶다. 머리가 너무 깨어 있어서 괴로워. 그만 쓸까. 이정도 썼으면 됐을까.


  감정은 속일 수 없고 눈빛은 속일 수 없어. 영혼을 속일 수 있을까. 내가 진실되게 말하고자 하는 건 분명히 전달 된다고 믿는 사람이 난데. 그 사람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관계 없이 그 상황에 진심일 때가 있는 데 그건 다 진짜니까 속일 수 없지. 그게 내 인간관계의 포인트고. 속일 수 없다는 것. 진심이라는 것. 날 완벽하게 미워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 내 자신이 가장 잘 알지. 난 모든 사람 안에서 나를 보고 있거든.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조금씩 부분 부분을 이어서 나를 상상하거든.


  나의 뿌리나 심지는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면 사실 없어. 없어서 슬펐는데, 없어서 자유롭기도 해. 슬프지 않아. 찾지 않아도 되고 없어도 돼. 중요한 게 아니었고, 그저 그게 나라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지. 얼마 전에 장학재단 수업 받으면서 모닝 루틴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으로 3페이지로 글쓰는 친구가 있었다.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는 거고 그냥 일어나자마자 쓰는 거 의식의 흐름처럼 쓰는 것. 그걸 보면서 되게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난 따라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왜냐면 난 여기에다 쓰거든. 불특정 다수가 보긴 하지만 내 일기장과 다름없지.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생각나는대로. 그리고 난 거의 매번 자기 전에 쓰기때문에 졸리고 자고 싶다는 문장으로 끝나니까. 지금도 마찬가지. 병원 가기 전에 스트레스 받는 게 분명하지만 이젠 자야지. 자려고 노력해야지. 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는 넋두리. 그래 오늘 같은 날이 담배 피면서 옥상에서 바람 쐬다가 아무것도 안하고 앉은 자리에서 떨어지면서 그 바람을 느끼고 눈을 감고 싶은 그런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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