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작가 Mar 23. 2021

우리 이제 진짜 엄마 아빠가 됐어!

6개월 만에 만난 두 줄

야속하게도 만우절에 잠시 왔다 사라진 테스트기의 두 줄을 본 이후로 우리는 임신 준비에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되었다. 하루 이틀이었지만 아기가 생겼다는 책임감을 느껴보니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무게감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임신 준비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산부인과에 들러 초음파를 보니 어떤 흔적도 없이 깨끗하더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후 약 4개월 동안 아무 소식이 오지 않으니 '아니 도대체 왜 안 되는 거지?!' 하며 확인할 수 없음에 답답하기도 했다. 5개월째 접어들며 여름이 왔고 '모르겠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뜻인가 보지. 알아서 좋은 때에 와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우린 여름 스포츠를 열심히 즐겼다.


이 달은 날짜도 제대로 안 맞췄고, 커피도 먹고 싶을 때마다 마셨고, 맘껏 놀러 다니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 번 씩 바다에 들어가기도 했으니 별 기대도 없이 임신테스트기를 들었다. 테스트기도 여유분이 있겠다, 확인이나 하고 그 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늘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확인하고 갔는데 이젠 그럴 것도 없이 남편은 출근을 하고, 혼자 느지막이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용한 테스트기를 붙잡고 선이 나타날 때까지 쳐다보고 있는 행동은 이제 하지 않는다. 무심하게 선반에 툭 올려놓은 채 뒷정리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냈는데 이번 달에 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다' 생각하면서 '만약에 두 줄이면? 에이 말도 안 되지' 하면서 혼자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화장실을 나와 수건에 손을 닦으며 선반에 올려진 테스트기를 쓱 쳐다봤는데!



'응?' '에?' '...'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해서 말문이 막힘과 동시에 뚫어져라 쳐다만 보게 됐다. 또 두 줄이다. 괜히 코끝이 찡해지면서 한참을 바라보다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에게 임신소식을 전할 때 퇴근까지 기다렸다가 '짠'하고 보여주는 분들도 있던데 기다리는 인내심이 대단한 것 같다고 느낀다. 난 도저히 퇴근시간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맺히는 것 같아 감정을 억누르라 애먹었다. 남편은 너무나도 침착하게 "일단 있어봐. 이번에도 혹시 모르잖아."라고 말해 찡해진 코 끝을 싹 가라앉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쩜 기뻐하는 내색 하나 없이 무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사실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두 번째는 같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덤덤해야 하니까!


 날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다른 데로 날아간 듯이 멍한 하루를 보낸  같다. 덤덤하자고 해놓고 괜히 이번엔 진짜일  같고 이게 무슨 일인지 실감도 안 나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음  아침 일어나자마자    확인을 해보고 어제보다 조금 진해진  줄을 확인했다. 이제야 남편도 온전히  줄을 믿는  같다. ' 대로 돼라' 하며 마음 내려놓고 실컷 놀며 지냈더니 갑작스럽게 이렇게 오게  줄이야. 이래서 사람들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라고들 하는 건가 싶었다.


며칠을 계속 확인해보면서 점점 진해지는 두 줄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임신을 계획하고 6개월 만에 진한 두 줄을 만났다. 매일매일 진해지는 테스트기를 종이에 붙여가며 비교해보고 하루에도 몇 번을 쳐다보게 되는지 마치 그 줄이 아기인 것 마냥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 아기가 잘 있구나 안심하게 되었다.


우리, 이제 진짜 엄마 아빠가 됐어!

이전 07화 사실은 말야, 너를 만나기 전에(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