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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Oct 18. 2021

도그워커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

[작은 친구들 8호] 양단우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도그워커(개를 핸들링하여 전문적으로 산책을 시키는 사람)가 강아지들을 이끌고 산책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펫시터는 보호자님의 빈집에 방문하여 반려동물을 케어하거나 보호자님이 직접 펫시터의 집에 반려동물을 위탁하는 형태로 일한다. 펫시터는 도그워커 안의 하위 분야로서, 펫시터보다는 좀 더 전문성이 요구된다.


내가 보호자님의 집에 찾아가는 방문펫시터가 되었을 때 식사 급여, 급수 교체, 배변정리, 간단한 실내 놀이 등을 진행하면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었다. 보통 실내에서 모든 케어행위가 이루어지니 굉장히 안전했고, 돌봄 받는 아이들 역시 낯선 나에게도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호자님들은 실내돌봄보다 산책돌봄을 희망하셨고 어떨 때는 2시간의 산책을 의뢰하기도 했다.



강아지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까? 처음 보는 아줌마와 몇 분 만에 친밀해져야 하고, 짧은 교감 후에 바로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네스를 맨 뒤 낯선 핸들링을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나도 아이의 특성이나 성격이 어떤지 보호자님의 설명 몇 줄로만 파악해서 산책을 진행해야 했기에, 산책할 때마다 식은땀을 흘려댔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오프리쉬(목줄 및 하네스 등 산책용품들의 미착용 상태)견들이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전에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다. 디디와 인근 공원을 산책하던 중이었는데, 목줄 풀린 중형견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마구 달려오는 것이었다. 디디가 겁에 질려 얼음장처럼 꼿꼿하게 서 있는 바람에 얼른 안아 들고 아이를 내려다보니 헥헥대며 웃고 있었다. 유기견인가 싶어 신고하려다가 혹시나 보호자님이 있을까 봐 공원 여기저기에 소리치며 찾아댔다. 그러자 저 멀리서 슬리퍼를 신고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여성분이 보였다. 얼굴에 짜증이 묻은 채로 말이다. 그녀는 내가 오프리쉬가 불법인 줄 아시냐는 말에,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우리 개는 애견 스쿨까지 나왔어! 우리 개는 안 물어. 지금 친구 만들려고 다가가는 건데 개의 습성도 모르면서 개를 기르냐? 네 개가 더 사납게 생겼어!"


폭언에 정신이 아득해져서 한참 듣고 있다가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제서야 그 보호자님은 개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줄행랑을 쳤다.


이런 보호자들 때문에 때때로 산책이 무척 두렵다. 언젠가 한번은 오프리쉬한 자신의 강아지를 자꾸만 돌봄 중인 강아지에게 갖다 대려는 보호자님께, "제가 이 아이의 보호자가 아니라서 핸들러가 달라졌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보호자님은 "우리 친구인데요?"라고 하며 자꾸만 개끼리 접촉을 시도했다. 보다 못한 내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자리를 피했다.



오프리쉬 사고들이 잇달아 벌어지니 무고하고 선량한 반려인들까지도, 비반려인들의 감정 섞인 눈치를 보며 산책하는 게 참 안쓰럽다. 이런 와중에 여전히 오프리쉬를 하는 반려인들을 볼 때마다 속이 말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산책돌봄이라는 긴장의 연속 속에서 마음을 잔뜩 졸이는 중에, 걷는 도그워커 위에 뛰는 오프리쉬견은 너무나 무서울 따름이다. 내가 도그워커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저 잠깐만 마음편히 산책하고픈 바람이다. 도그워커는 부디 안전하고 무사한 산책돌봄을 이루고 싶다.


보호자님! 오프리쉬는 보호자님 집 안에서만 해주세요. 제발~



글쓴이. 양단우

© 동반북스


<작은 친구들> 웹사이트 : http://littlepa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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