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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뺨 Nov 09. 2020

Oops! Yoga! One!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2. 요가

요가를 수련하다 보면  '어머나’하는 순간이 있어요. 하루에 몇 시간을 사무실 걸상에 앉아 있다가 요가 매트 위에서 등을 대고 누워서 굽힌 무릎을 가슴으로 잡아당깁니다. 이 자세를  ‘바람 빼기’ 자세라고 하는데, 이렇게 몸을 움직이면 가스로 가득 찼던 , 뱃속이 정리돼요. 그러다가 몸이 완전히 이완되면 방귀마저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요가의 효과는 모두에게 같은가 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방귀를 뀌거든요. 뽀오옹.


한껏 이완된 상태에서 이 상황에 놓이면 항문에 온갖 주의를 집중하게 됩니다. 몸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하죠. 때때로 방귀 방출 조절에 실패하기도 해요. 막상 방귀를 뀌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대신 안도감과 창피함이 밀려오지요.


‘어우, 이제야 살겠네.’

‘소리가 들렸을까? 냄새는 났을까?’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남들이 방귀를 뀌었을 때의 반응입니다. 상대방의 실례에도 미소만 지어져요. 저분도 이제야 소화가 되었나 보구나. 지금 굉장히 민망하겠지만 엄청 시원하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요가는 사람을 관대하게 만들어요.


요가를 수련하다 보면 ‘어머나’ 하는 순간은 또 있지요.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요가의 마무리 동작 ‘송장 자세’가 참 낯설었어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이완하는 시간인데, 도통 마음이 이완되지 않는 거예요. 주변이 고요할수록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만 들고나갑니다. 뇌가 쉬는 방법은 처음 배워봤거든요. 과부하가 된 뇌는 쉴 줄을 모르고 계속 돌아갑니다. 그때 저 멀리에서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려요. 드르렁드르렁.


사실 저는 송장 자세에서 잠에 빠진 적이 없어요.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덜 긴장된 상태로만 머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송장 자세’에서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이완이 되어서 잠에 빠지는 분들도 있어요. 그게 굉장히 부러워요. 단번에 사람을 잠들게 하는 요가도 놀랍지만 순식간에 잠드는 사람들도 놀라워요.


물론 송장 자세는 잠에 빠지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뇌를 포함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정신을 맑게 하는 게 목적이죠. 그러나 원래의 목적 달성을 하지 못 하더라도 요가를 하면 얻는 혜택이 분명하지요. 그래서 요가는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더부룩한 속을 비우고 싶으세요?

혹시 단잠에 빠지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오늘은 요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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