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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이즈어메이징 Feb 24. 2024

이번생은 처음이라, 그리고 임밍아웃

February 2월 Week1~2

Week1


처음 병원 방문 이후 꽤나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던 우리.

아기집의 위치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그날부터 유튜브, 맘카페 등을 통해 많은 경험의 의한 이야기들을 접했고, 절대안정이 필요한 아내는 회사의 배려 덕에 조금 일찍 퇴근을 해 집에서 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한 아내를 제쳐두고, 퇴근 후 집안일을 나름 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할게 많았다.

집안일이 서툴던 나는 그동안 아내가 혼자 해왔다고 생각하니, 내심 미안하기도 하고 일하면서 하느라 힘들

었을 텐데 내색 안 한 아내가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한주가 지나고 우린 병원을 재방문하게 되었다. 아기집의 위치가 좋아졌길 바라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과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기집의 크기도 위치도 안정적이었고, 난황이라는 것도 생긴 걸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 주면 이제 아가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였다. 기쁨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하며, 검진을 다 받은 후 다음 주 설날을 앞두고 검진 예약을 해놓고, 우린 보건소로 향했다!

제대로 자리를 잡은 아기집과 난황 초음파 사진


보건소에 도착해서 임신 확인증을 제출하니, 엽산, 철분제를 따로 챙겨주고, 임산부 배지, 임산부 주차스티커 등을 받았다! 비로소 뭔가 진정한 임산부가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상품?을 한가득 받고 난 후 아내는 산전검사를 보건소에서 받았고, 우리 부부는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부쩍 아내가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안된다고 자주 언급한다.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였지만

인터넷 등을 찾아보니 "입덧"이라고 했다.

나는 겪어보질 않아 "입덧"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어떤 느낌인지도 잘 몰랐다.

그렇게 잘 모르는 나를 위해 아내가 비유법으로 나에게 알려준다.


"오빠, 술 많이 마신 다음날 속이 꽉 막혀 있고, 쓰린 거 같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야."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은 정말 하루를 버릴 정도로 숙취가 심한 나였기에 단번에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뒤부터는 뭔가 책임감이 더 생긴 거 같아, 집안일에 더욱 신경 쓰기로 마음먹었다.


입덧을 하는 아내는 평소처럼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 입장으로써는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같이 밥을 먹어도 정말 한 숟갈 밖에 먹지 못하고, 차가운 물을 마셔야 입덧이 진정이 되는 아내였다.

그나마 아내는 방울토마토를 먹으면 조금 진정이 된다고 하여, 우린 방울토마토를 집에 사놓고 재어두고 먹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입덧완화에 좋은 음식을 찾았고, 내용은 이러했다.


'비타민B6가 풍부한 음식으로 현미, 시리얼, 감자, 옥수수, 고구마, 검정콩, 연어, 닭고기, 고등어, 바나나, 녹황채소, 콩 등이 있다. 또한 신맛이 나는 레몬, 모과, 매실 등의 음식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불량증상을 완화한다. 그리고 생강 또한 입덧 완화에 뛰어나다.'


아내는 평소에도 매실차를 즐겨했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매실차를 타주었지만, 평소만큼 먹질 못했다.

옆에서 계속 보고 있자니 너무 가슴이 짠했다. 손도 많이 주물러주고, 발도 주물러주고 했지만 여전히 속이 좋

지 못한 아내를 보고 있자니, 잘 먹는 나를 보며 괜히 너무 미안했다.


잠을 자는 것도 평소에 잠이 많은 아내이지만, 새벽마다 깨서 소파에 누워있는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뭔가 갑갑하다고 해서 일어나 소파로 간단다.


그렇게 우린 안방 침대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거실 생활을 하게 되었다. 곧 있을 명절을 앞두고 본가에 내려갈 생각을 하니 내심 걱정이 되었다. 입덧이 심한 아내를 보니, 과연 고향으로 향할 때 괜찮을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명절은 의미 있는 명절이기에, 임밍아웃을 해야 하기에 버티기로 했다.


Week2


드디어 명절을 앞둔 평일 우린 예약된 검진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월을 찾았다. 오늘은 '심장소리'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방문 전 우리 부부는 유튜브 등을 통해 아가의 심장소리를 간접적으로 나마 찾아서 들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심장소리로 아가의 성별이 구분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MBTI검사를 받았을 때 나는 초이성적인 T를 가진 사람으로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대게 유명한데, 유독 내가 가는 시간대에는 산부인과의 사람이 북적인다.

꽤나 긴 시간을 기다리며 우리 차례를 차분히 기다렸다. 드디어 대망의 우리 부부의 차례가 되었고, 앉아서 의사 선생님과의 잠깐의 면담 후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우렁찬 용용이의 심장소리

의사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아직 태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작은 심장이 반짝거리며, 힘차게 뛰고 있었다.

순간 내 심장도 요동을 쳤다. 정말로 생명이 주는 신비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뭔가 가슴이 매우 벅찼다. 그렇게 힘찬 심장 소리도 듣고 다시 한번 의사 선생님의 축하를 받으며 우리의 검진은 2주 뒤로 예약을 잡고 끝나게 되었다. 


아직까지 집안 어른들께는 알리지 않은 상태였고, 우린 내일 처갓댁을 방문할 예정이었고, 내일 '첫 임밍아웃'을 할 참이다.


다음날 아침 우리 부부는 평소와는 다르게 다소 늦게 일어나 아침을 맞았고, 씻고 처갓댁을 갈려고 준비를 했다. 처갓집 차 타고 5분 거리이다. 명절귀향치곤 매우 빠른 편이었다.

명절을 맞아 드릴 선물세트와 준비한 예쁜 용돈봉투 그리고 임밍아웃 편지와 함께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처갓집을 방문했다.


친절하게 장모님이 반겨주시며, 집안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하다. 싱그러운 음식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눈치를 본다. 아직 처갓댁에는 아내의 오빠, 즉 형님이 도착하시지 않으셨다.

그렇게 장모님께 세배를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그래 너희도 올 한 해 건강하고, 좋은 소식 알려주길 바라~"


살포시 내가 장모님께 어머니 용돈입니다. 하고 용돈봉투를 건넨다. 작전대로 아내도 장모님께 수상한 봉투를 건넸다.


수상한 봉투의 정체는?


용용이 임밍아웃 카드

수상한 봉투 안에는 임밍아웃 카드가 들어있었다. 이윽고 펼쳐보신 장모님께서,


"이게 뭐야?"


2초간 못 알아보시며, 우리를 쳐다보신다. 


"임신한 거야?"


아내가 이야기한다.


"엄마 나 임신했어.!"


처갓집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의 현장이었다. 장모님과 아내는 울음이 터졌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나 또한 울지는 않았지만 왠지 코 끝이 짠했다.


그렇게 임밍아웃 한바탕을 하고, 새해부터 좋은 소식을 알려 드릴 수 있어서 기쁜 우리는 장모님의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돼지가 될 수 있었고, 화기애애한 명절을 맞았다. 아! 참! 형님께서도 늦게 오셔서, 동생의 임신, 즉 아내와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음날은 우리 집을 가는 날이다. SRT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다.

1시간 30분여를 달려 집에 도착하였고, 도착하자마자 처갓집에서 했던 방법으로 '임밍아웃'을 하였다.


아내는 우리 엄마에게서도 장모님과 같은 반응일 거라 기대했다.

엄마가 말했다.


"이게 뭐야?"


여기까진 같은 반응이다. 옆에서 동생이 이야기한다.


"형수님, 임신하신 거 같아."


그제야 엄마도 알아들으시며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역시 나는 엄마의 아들인가? 엄마도 T인 건가?

눈물은 없었고, 이성적인 엄마는 아내에게 몸관리 잘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당부를 하셨다.

겉으론 냉정해 보여도, 엄마는 참 여린 여자란 걸 나는 알고 있다. 다만 표현이 무뚝뚝할 뿐이었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짧다면 짧고 긴 명절날 "임밍아웃"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어 홀 가분 했고, 계속해오던 데로 우린 절대적 안정을 취하면 되었다.


이번 명절에도 입덧 때문에 아내는 음식 섭취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

대신 가끔씩 아무 탈 없이 음식물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그 기회로 음식물을 섭취하였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아내를 따라 우린 산책을 하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


"여보, 입덧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가슴이 마음이 너무 찡하고, 그래도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해줄 때는 표현은 못했지만 너무 고마웠어! 조금만 힘내자 우리! 사랑해!"





그리고 용용아,

의사 선생님께서는 입덧을 하는 게 아가가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라고 하셨는데,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는 엄마가 힘든 게 너무 슬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처음이라 아직 낯설고, 어설프지만 하루하루 버텨가며 그렇게 용용이 아부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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