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좋은 이유

마르크 시몽 그림, 재니스 메이 우드리 글, 김무홍 옮김, 시공주니어

by 곽영미

나나무는 좋다

나무는 좋다

마르크 시몽 그림, 재니스 메이 우드리 글, 김무홍 옮김, 시공주니어

마르크 시몽 그림, 재니스 메이 우드리 글, 김무홍 옮김, 시공주니어

누군가 나무가 왜 좋은지 이유를 물어보면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기 즉 산소, 그리고 목재, 그리고 책을 만드는 종이 등을 얘기할 것이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다. 나무는 다양한 열매를 만들고, 열매뿐만 아니라 씨앗들 역시 곤충이나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며 나무의 장점을 늘어놓을 것이다. 나무는 새나 다람쥐와 같은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고, 아름드리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어쩌면 나무의 좋은 점은 셀 수 없이 많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여기 이 책 [나무는 좋다]는 나무의 장점을 모아둔 책이다.


[표지를 만나보자]

표지(앞-뒤)

[나무는 좋다]는 나무줄기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세로로 긴 판형이다. 그림책에서는 그림책 형태인 판형도 중요하다. 그림책 이야기에 따라 판형이 조금씩 달라진다.

표지는 앞면과 뒷면이 연결된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아이가 묘목에 물을 주는 모습, 높은 나무에 오른 고양이의 모습과 고양이를 올려다보는 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뒤에 활엽수 같은 아름드리나무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들은 모두 본문에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책의 표지는 새로운 그림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본문의 그림들 중 가장 적합한 요소들을 뽑아서 재배치하여 디자인한 것이다. 최근에 발간된 그림책에서는 표지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본문 외 그림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에 발간된 그림책에서는 이 그림책처럼 본문 내용을 짜깁기해서 그림책 표지로도 많이 쓰였다.


당신이 본문에서 표지 그림을 뽑는다면 어떤 그림을 뽑겠는가?


다시 표지 얘기로 돌아와서 한번 고민해 보자. 왜 나무에 물을 주는 아이의 모습일까? 이 정도까지 얘기를 듣고 입속에서 “아하!” 하는 탄식이 나왔다면 당신은 센스 만점이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 거다.
이 책은 제목이나 본문에 모두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나무를 잘 가꾸고 키우는 아이의 모습이 표지 앞쪽에 그려진 거다. '나무가 좋다'는 '나무를 잘 키우고 가꾸어야 한다'는 등식을 성립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고양이와 개는 왜 중요한 것일까? 본문을 천천히 읽으며 생각해 보자.


[면지와 표제지를 만나보자]

이 책의 면지는 색과 디자인, 텍스트 없이 흰색의 종이 색으로 처리되었다. 그 뒤 속표지 앞에 또 한 장의 면지가 있다. 그 면지에는 침엽수처럼 보이는 그림이 오른쪽에만 그려져 있다. 무슨 나무처럼 보이는가?

아무래도 한국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송(곰솔, 소나무)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이 그림은 표지와는 전혀 색감이나 선이 달라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제일 의문스러웠던 부분이 왜 작가가 이 나무를 그린 것일까? 다양한 나무 종류를 보여주고자 한 것인가? 아직도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면지(앞)

그 뒤 표제지가 나온다. 높은 나무에 한 아이가 올라가서 즐거워하는 모습과 땅에서 그 아이를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다. 앞의 그림과 달리 속표지는 흑백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 그림책의 본문은 칼라-흑백-칼라-흑백 형식으로 그림이 진행된다. 이 부분도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볼 내용이다. 왜 다른 책과 달리 칼라-흑백톤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맨 마지막에 설명하기로 하겠다. 다들 끝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제 본문으로 들어가 볼까?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본문 첫 장면은 전체-샷(shot)으로 그려졌다. 울창한 숲 아래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남자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그림 시점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 형식이기에 숲은 거대하고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로 보인다. 글은 이렇게 적혀 있다.

[나무는 하늘을 한가득 채운다.]

본문 전체-샷(shot)

다음 장면은 흑백이다. 한 아이가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고, 그 아이 옆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드나무가 보인다. 버드나무가 길게 늘어뜨린 걸 보니 수양 버드나무일 것이다. 줄기가 길게 뻗는 나무에다 수양이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수양벚나무 이렇게 말이다. 버드나무는 물가를 좋아하는 나무다. 그래서 물가 근처에서 잘 자란다. 어떤 식물학자는 버드나무가 지금은 많이 볼 수 없지만 옛날에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서식했던 나무라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문 전체-샷(shot)


다음 장면에서는 다양한 나무 수종들로 이뤄진 숲이 보인다.

[나무는 숲을 이룬다. 나무는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한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가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한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까? 정말 나무를 좋아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다. 작가가 나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뒤 나무의 좋은 점을 나열하고 있다. 나무가 잎이 있어서 좋고, 그런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속삭여서 좋다고 한다. 이런 작은 흔들림에 좋다는 사람은 적어도 나무를 좋아하거나 숲 가까이에서 나무를 관찰한 사람들일 것이다. 저자도 나뭇잎의 흔들거림을 좋아한다. 늦은 밤이나 새벽 가로등이나 달빛에 반사되면 흔들거리는 나뭇잎들을 보면 보석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잎자루가 긴 나뭇잎들은 더 많이 흔들거린다. 사시나무와 같은 나뭇잎들은 뒷면 기공이 발달해서 햇볕에 반사되면 더욱 하얗게 보인다.


가을 낙엽에서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는 노랑, 빨강, 갈색과 같은 다양한 단풍과 낙엽을 태우는 냄새가 그려져 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정원에서 낙엽을 태우며, 주인공이 태어난 날 주인공의 이름과 똑같은 나무를 정원에 심었다고 말한다. 편지를 읽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화면을 채운 하얀 연기와 낙엽 냄새,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가 빼곡히 심어진 정원의 모습이 참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첫사랑에 대한 풋풋한 영화 스토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정원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런 정원을 갖고 싶었다.

그림2.jpg 영화 러브레터

다음 그림 장면으로는 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가서 놀 수 있어서 좋고, 사과를 딸 수 있어서 좋고, 새는 둥지를 지을 수 있어서 좋고, 고양이는 나무에 올라 개를 피할 수 있어서 좋다는 등 셀 수 없는 좋은 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서 재밌는 요소로는 앞 장면에 나왔던 개집 지붕이 그 뒷장면에서 겨울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개집 지붕이 날아가자 개의 놀란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본문 전체-샷(shot)


이 그림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차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봄이 등장했다가 가을이 등장하고, 다시 봄 풍경처럼 보이다가 여름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눈보라가 치는 겨울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아이들의 모습이 네 개의 작은 그림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내는 글인 [저 나무는 내가 심은 거야!]로 끝난다. 몇 년을 가꾼 나무를 어린 동생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과 문구에서 우리는 이 그림책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강조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아이도 자기 나무를 심는 것으로 끝난다.

본문 부분 샷(shot)


이 그림책은 나무의 좋은 점을 사람, 동물 등 다양한 입장에서 알려주고 있다. 큰 장점도 있지만 아주 작고 세세한 장점까지 늘어놓고 있다.

논픽션(정보) 그림책이면서 이 그림책이 픽션(이야기) 그림책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림에서 주는 소소한 재미와 색의 배열이다.

왜 그림을 칼라-흑백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일까? 저자는 색의 휴지기(일정 기간 멈춤)를 썼다고 생각한다. 모든 장면에 색을 넣었다고 생각해 보자. 가을과 빈 겨울 나뭇가지를 빼고 나무는 주로 비슷한 초록과 갈색으로 칠해질 것이다. 반복적으로 색이 보이는 것보다 휴지기를 써서 그림의 강약을 만들어주면서 독자의 시선을 잡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당신이 좋아하는 나무의 이름을 떠올려 보라.

느티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등등.

이 책은 그 나무들이 계속 숲을 이루기를, 그리고 나무가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Copyright 2020. 인소영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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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테라피>

어린 시절, 옆동네 아저씨의 집 마당에는 커다란 뽕나무가 있었다. 어찌나 컸던지, 동네 아이들이 모두 매미처럼 뽕나무에 매달려 열매를 따먹고 했다. 오디(뽕)가 익어갈 때면 마당에는 늘 오디 열매가 까맣게 떨어져 있곤 했다. 우리의 입술과 혀를 까맣게 물들고, 손과 옷이 빨갛게 물들곤 했다. 그래서 늘 집에선 혼이 났지만, 뽕나무 아저씨는 어지간히 시끄러웠던 우리들을 한 번도 내쫓지 않았다. 지금도 그 뽕나무 집이 떠오른다. 지금 그 자리에 나무와 집이 온데간데없지만 그 길을 걸어가면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붙어서 오디를 따먹던 아이들과 어린 시절 나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게 된다.


나의 나무를 떠올려 보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무, 기억 속에 있는 나무, 좋아했던 나무 등등.

떠올렸다면 색연필, 연필, 사인펜 어느 것이라도 좋다. 나의 나무를 그려보자. 그리고, 그 나무가 왜 나에게 특별한지 이야기를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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