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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4. 2021

스트리트 포토

스트리트 포토라고 하면 말 그대로 길거리 사진인데 주로 길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포착하는 사진이다. 연출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장면을 잡아 낼 수 있다. 익살과 유머와 때로는 감동을 사진으로 담을 수가 있다. 사진에 대해서 늘 하는 말이지만 사진은 여러 사진이 있지만 사람을 담은 사진이 가장 아름답고, 위트와 유머가 있고 희극과 비극이 교차한다. 내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폰에는 다 똑같은 아이의 사진이 수백 장이 있다. 남들의 눈에는 재미도 없고 다 똑같은 사진이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 모든 사진이 다 다르며 다 사랑스러운 사진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스트리트 포토는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근래에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사람을 허가 없이 촬영하는 건 안 된다.


밑으로는 사람을 담은 사진 이야기

https://brunch.co.kr/@drillmasteer/1132

https://brunch.co.kr/@drillmasteer/567

https://brunch.co.kr/@drillmasteer/460

그건 사진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로운 영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사진뿐 아니라 어린아이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도 잘못하다가는 경찰서에 갈 수 있다. 특히 영국에는 스트리트 사진작가들이 많고 그들의 사진은 작품성이 강해서 사진 한 컷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요즘도 스트리트 사진을 많이 담긴 하나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다니면서 눈을 돌리면 여러 곳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인데 시멘트가 마르기 전에 강아지가 지나갔다. 그대로 강아지는 종적을 남기게 되었다. 강아지는 어디를 가는지 시멘트를 발라 놓은 바닥을 돌아서 가기는 싫고 그대로 또박또박 한 일자로 잘도 걸어서 이곳을 지나갔다. 사람들이 다음 날 봤을 땐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대로 그냥 하나의 오브제가 되었다.


이제 캡아의 인기가 사그라들었나. 아니면 캡아가 늙어 버려서 이제 비브라? 뭐지? 암튼 지구 상에서 볼 수 없는 물질로 만든 캡아의 방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가 만들어준 방패를 생활쓰레기처럼 버렸다. 그 옆으로는 길거리 쓰레기통이 보이고 더 옆에서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다. 이곳은 흡연석 같은 곳으로(흡연석이라고 지정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냥 예전부터 여기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다. 그래서 재떨이도 있고 뭐 그렇다. 바로 맞은편이 경찰서다) 사람들이 버려진 캡아의 방패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생활의 고단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가리인데 가까이서 보면 아주 크다. 왜가리처럼 생긴 새의 눈은 아주 무섭다. 동물은 인간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눈을 보면 무서운데 또 인간 같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무서울 것 같다. 인간과는 완전 다른 눈동자인데 너무 귀여워 죽을 것만 같은 눈동자가 강아지의 눈동자다. 온통 새까만.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눈동자도 사람한테 가면 공포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어떻든 왜가리는 가까이 가도 제법 듬직하게 움직이지 않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날아가버린다. 거참 되게 비싸게 군다.


아아의 시원함을 한 번 찍어봤다. 자주 가는 카페였는데 이제 사라지고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곳들은 다 사라지고 만다. 이곳의 커피는 맛있다. 이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근처 지역 예술가들이 자주 오는데, 그들 대부분이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지다. 화가도 있고 서예가나 판화가도 있고 그렇다. 그들이 오손도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담소를 늘 나누고 있다. 커피가 맛이 없으면 어르신들이 매일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작당모의를 할 수 없다.


밤하늘에 인공광원과 자연광이 함께 조화를 이룬 날이었다. 이런 장면을 사진으로 담으면 꽤나 기분이 흡족하다. 부처님 오신 날이 오기 전의 여러 날 밤하늘을 수놓았던 연등이 불을 밝혀 거리를 빛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저 위에서 이 모든 풍경을 바라보는 달. 김영하의 단편 소설에(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바람이 분다. 였던 걸로) 한 여자가 나오고 주인공에게 자신을 달이라고 소개를 한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이 어디를 가던 따라다닌다. 아주 묘하고 너무 재미있었던 소설이었다. 인공광원은 생명력은 없지만 알록달록 예쁘고, 자연광은 생명력으로 빛나지만 가까이서 볼 수는 없다. 멀리 있어서 더없이 아름다운 빛이 자연광이다.


유월이 되었고 해가 떠서 뜨거워지면 책을 들고 어슬렁 바닷가에 나가서 책을 좀 읽는다. 그래서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나에게는 여름이다. 여름에 가장 책을 많이 본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4계절 전부, 거의 매일 바닷가에서 책을 좀 읽다가(추운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이론 오전에 문을 연 카페에 앉아서) 일을 하러 왔지만 코로나 도래 이후에는 카페에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며칠 전에 책을 읽고 있는데 입마개를 했지만 신나 죽으려고 하는 개가 바닷가를 뛰어다녔다.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개도 힘이 들어서 헥헥거리면서 달렸다. 입마개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온 개가 너무 행복한 얼굴로 나에게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어어, 온몸에 모래투성이에 바닷물에, 어어, 어어. 이런 어어어.



저기 얼룩진 부분에 파리가 있다. 모처럼 야외에서 아무런 방해(가족도 그 누구에게도) 받지 않고 햄버거에 맥주를 한잔 하며 코인로커 베이비를 읽고 있다. 올해가 엄청 덥다고 하나 어촌에 거늘(그늘)이 지고 바닷바람의 짠내가 불어오면 꽤 시원하며 맥주 맛도 두 배가 된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이 사치스러운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데 딱 저 파리 한 마리가 나를 방해한다. 꽤 이곳에서 굴러 먹었는지 손을 휘저어도 집 나간 개처럼 또는 여치처럼 뛰어서 접시 위로 달려온다.


나는 손을 한 번 휘젓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간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도 꽤 많이 읽는 편이다. 본능에 가깝고 그 만의 독특하고 벌어진 살갗 속의 피와 혈관 같은 류의 글은 금세 빠져들게 한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저 파리는 어느새 햄버거 위에 앉아서 앞 발 두 개를 비비고 있다. 우리는 바퀴벌레를 굉장히 싫어하지만 바퀴벌레는 파리보다 균을 십 분의 일 밖에 옮기지 않는다. 나는 그 생각에 포크를 들고 다시 휘휘 젖는다. 파리는 어딘가로 날아간다. 그리고 금세, 금방, 바로, 막 다시 저기 테이블의 얼룩진 곳에 앉았다.


딱 한 마리다. 나는 책을 읽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선은 파리의 움직임에 가 있다. 파리는 집파리나 점 파리가 아니라 잎굴파리다. 잎굴파리는 작물이 많은 곳에 서식하는데, 생김새가 파란색과 녹색이 많은 파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곳이 어촌이라서 그런지 잎굴파리 한 마리가 나의 자유로운 시간을 완벽하리만치 방해하고 있다. 휘저으면 저만치 갔다가 활공하여 다시 날아와서 나의 일용할 양식에 몇 번이나 내려앉았다.


나는 책을 덮었다. 안녕 코인로커 베이비여. 파리가 다가온다. 같은 패턴이다. 나는 왼손잡이라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왼손으로 꿀밤 때리는 포즈를 취했다. 엄지와 중지에 힘을 잔뜩 실었다. 저 놈이 접시에 다가온다. 수제 햄버거 가게의 주인과 직원이 나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다. 무료했나 보다. 다가온다. 나는 저 녀석의 패턴을 주시했기에 내 손가락은 대기 상태고 저 놈은 같은 길로 다가오고 있다.


점점 좁혀 온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실패.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실내에서 지켜보는 주인과 직원이 파이팅을 외친다. 20분가량 그 짓을 했다. 부화가 치민다. 저놈은 나를 약 올리듯 다시 활공하여 얼룩진 부분에 앉았다.


그리고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마침내 내 손가락 반경 안에 들어왔을 때 손가락의 튕김에 의해서 그놈은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끈기 있게 지켜보던 주인과 직원이 엄지를 지켜 들었다. 뭔가 갑자기 창피했다. 마시는 맥주는 시원함을 잃고 미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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