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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3. 2021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바닷가 이야기

바닷가에서 가장 재미있는 모습은 바다를 멍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늘 그 자리에 이는 물결과 그 색이 그 색이고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바다를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재미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멍에 빠지면 아무튼 돌처럼 가만히 있게 된다. 세속적인 것은 잊고 체재니 나르시시즘이니 그런 것 따위 그저 다 잊게 된다. 바다가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바다를 보는 이유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일단 태어나서 사회에 흘러 들어가게 되면 복잡한 인간관계와 돈에 얽힌 것들에 늘 신경을 쓰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바다를 보며 세금을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생각 없이 멍 하게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하늘도 그런 비슷한 이유로 자주 쳐다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닷가에서는 갈매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번에도 갈매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했다. 지난번에는 갈매기를 따라 하고픈 바닷가의 비둘기의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갈매기와 까마귀의 이야기다. 바닷가에는 갈매기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각종 새들이 있다. 각종 새들이라 하면 비둘기나 도요새도 볼 수 있다. 참새와 제비도 바닷가 근처에서 날아다닌다. 그리고 까마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까마귀들은 겨울이면 많이 볼 수 있는데 근래에는 여름에도 무리를 지어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마치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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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이 바닷가에 자주 오지 않고 까마귀들이 어슬렁어슬렁 무리를 지어 동네 간섭하고 다니다가, 어느 날 까마귀들이 바닷가의 갈매기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까마귀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바닷가에 있던 새들을 겁주기 시작했다.


어이, 이제 이 구역은 우리 거야, 그러니 당장 여기서 벗어나. 까악. 까악.


까마귀들은 까만 옷으로 무장을 하고 여러 새들을 위협한다. 까마귀들이 오면 동네 새들이 무서워서 바닷가에서 도망을 가고 만다. 닭처럼 보이는 비둘기들은 아예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무법자 까마귀들 앞에 이 구역의 미친 갈매기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갈매기 녀석은 까마귀들이 위협을 하든 말든 흥, 하며 어부가 던져 준 물고기를 맛있게 뜯어먹고 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는 까마귀들.


야, 저 녀석 우리를 겁내지 않네. 신경도 안 쓰잖아. 저 미친 갈매기는 뭐야. 까악. 까악.


까마귀들이 자신들을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는 갈매기 녀석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갈매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서 맛있게 물고기를 뜯어먹었다.


냠냠, 아이 신나. 이렇게 맛있는 물고기를 먹게 되다니.


그러다가 까마귀들이 하도 시끄럽게 까악 까악 거리니까 갈매기가 까마귀 세 마리를 쳐다봤다.


엥? 뭐야? 까마귀 세끼들? 너희들? 너희들 지금 여름인데 덥겠네? 우헤헤.


갈매기는 귀찮은지 먹던 물고기를 들고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냠냠 맛있게 물고기를 먹는 갈매기 녀석. 기가 막힌 까마귀들은 한 마리를 더 불렀다. 까마귀는 총 네 마리가 되었다. 아마도 까마귀들 중에 대장이 온 것 같았다. 이제 갈매기 한 마리를 혼내줄 때가 온 것이다.


어이, 대장 왔어? 저 녀석이야, 저 녀석이 혼자서 아주 큰 물고기를 먹고 있어. 까악. 까악.

뭐야? 정말이야? 우리 구역에서 그렇다 이거지? 가서 뺐어오자. 까악.


그렇게 까마귀 무리는 작당모의를 하고 갈매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무리가 갈매기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물고기를 먹던 갈매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딴청 하는 까마귀 한 마리. 그리고 나머지 세 마리는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세 마리가 이야기 중이다. 그런데 말이야 어제 우리 집에 까치가 와서 잠들었지 모니, 어머? 그래? 호호호. 까아악.


갈매기는 까마귀 무리를 한참 노려봤다. 마치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내 음식에 눈독 들이지 마라.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라고.라고 했다.


갈매기를 가까이서 보면 크기가 크다. 날개를 펼치면 어린이 다리 만하다. 그리고 눈도 아주 무섭다. 하지만 까마귀들 역시 크기가 아주 크다. 비둘기는 아예 이 근처에 오지도 못한다. 까마귀들은 우르르 달려가서 갈매기를 혼내주고 먹이를 뺐어오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가 까마귀 무리 중에 대장이 갈매기에게 한 마디 했다.


물고기 내놔! 까악!


그러자 바로 까마귀 무리 곁으로 달려오는(절대 날아오지 않는다. 갈매기의 본분은 다다닥 달려서 가는 것) 갈매기 녀석. 갈매기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까마귀 무리로 간다. 이 구역 미친놈 갈매기는 무서운 것이 없다. 그러자 까마귀 무리 중에 가장 겁이 많은 까마귀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도망을 간다.


뭐야 저 갈매기 새끼, 도대체 왜 겁을 먹지 않는 거야! 까악.


이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이 구역의 미친 갈매기는 그렇게 까마귀들과 맞짱을 뜨려 했다. 하지만 무서움을 느낀 까마귀들은 이 구역의 미친 갈매기에게 욕을 하며 전부 멀리 달아난다.


그런데 이 틈을 이용해서 오른쪽 바다에 있던 갈매기 두 마리가 슬슬 오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 저 갈매기 녀석이 왜 이 구역의 미친놈이었나 하면, 지 물고기에는 갈매기들도 오지 못하게 했다. 그 어떤 갈매기가 날아와서 물고기를 먹으려 해도 전부 다 막아내는 이 구역 미친놈 갈매기. 이 구역 미친 갈매기 놈은 갈매기든 까마귀든 참새든 도요새든 자신의 먹이를 건드리면 누구든 달려들어 물고리를 지켰다. 대단한 놈이었다. 끈질긴 놈.


문득 갈매기 소리를 내고 싶지만 까악은 까마귀고 갈매기 소리는 어떻게 되지? 아무튼 바닷가에 있으면 큭큭큭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의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KkvFvmNPF

김광진의 편지는 참 듣기 좋은 노래다. 하지만 가사를 보면 널 잊어야 한다는 뭐 그런 내용으로 슬프다. 이 편지에 대한 일화가 무엇이냐면 김광진의 아내에게 예전 남자 친구에게 편지가 온 것이다. 이제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된 그녀에게 전하는 말을 쓴 편지였는데 김광진이 그 편지를 보더니 이걸 그대로 노래로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노래라는 걸 알겠지만 나의 부인의 남자 친구에게 온 편지를 노래로 만들어버린다니, 예술이라는 게 때로는 참으로 잔인하다. 나에게 잔인해야 타인의 마음을 아주 조금 움직이게 한다. 여하튼 부인의 남자 친구였던 편지의 주인공에게도 이런이런 일로 이런이런 노래를 만들 테니라며 알렸을까. 세상을 살짝 벌리고 보면 재미있다.


아 갈매기 소리는 끼룩 끼룩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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