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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8. 2021

안자이 미즈마루 씨

하루키의 절친

안자이 미즈마루 씨


안자이 미즈마루를 검색하면 내 글이 제일 처음으로 나온다. 그게 누구야? 안자이? 뭐? 마루?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혼자서는 괜히 큭큭 거리며 뿌듯하다. 우리끼리만 아는 뭐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우리끼리만 알아서 좋은 그런 거 말이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861

하루키는 그간 유명한 삽화가들과 같이 소설과 에세이를 펴냈다. 독일의 삽화가 카트 맨쉬크와 함께 펴 낸 이상한 도서관, 잠, 빵가게 시리즈가 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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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drillmasteer/1469

또 오하시 아유미라는 40년에 태어나 64년 주간 [헤이본 펀치]의 표지 일러스트로 데뷔한 작가와 함께 펴낸 에세이 시리즈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하루키 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점, 선, 면으로 그려진 무표정의 하루키를 보는 재미가 너무 좋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499

https://brunch.co.kr/@drillmasteer/1383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안자이 미즈마루 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중에는 숙떡숙떡 거리는 이야기도 있어서 재미있다. 술을 좋아하네, 여자만 있으면, 같은 농담을 제대로 했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본명은 와타나베 노보루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와타나베, 와타나베 노보루, 와타야 노보루는 하루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일단 노르웨이 숲의 주인공 녀석의 이름도 와타나베다.


태엽 감는 새에서 주인공 오타다 도루의 아내의 오빠 이름도 와타야 노보루다. 아주 경멸하는 인간으로 나온다. 큭큭. 고양이 이름으로 와타나베 노보루가 나올 때도 있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단편 ‘코끼리의 소멸’에서도 사육사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이고, 단편 ‘패밀리 어패어'에서도 여동생의 애인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다.


미즈마루 씨를 생각하면 호이,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인데 소설 속의 와타나베 노보루는 꽤나 심각하거나 아주 철두철미한 인간미가 없는 사람으로 나온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여러 소설에서 다른 캐릭터의 같은 이름들이 나오면 반갑기도 해서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일큐팔사에서 덴고를 감시하며 묵직하게 등장해서 묵직하게 죽음을 맞이한 우시카와는 태엽 감는 새에서도 주인공 오카다 도루를 감시하고 와타야 노보루의 뒷일을 봐준다. 거기서 살아남아서 일큐팔사까지 간다. 그런 보이지 않는 연결을 하면서 하루키의 세계에 매료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말하는 단편의 정수, 하루키의 ‘토니 타키타니’는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들어온 만큼 뺐는데 그 공백이 빼기 전보다 더 커져버린 인간의 상실을 말하는 영화. 감독은 하루키의 문체를 영상으로 재현하기 위해 같은 공간에서 실내장식을 다 뜯어서 바꿔가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키의 그 상실에 대한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았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인데 영화는 기가 막히게 좋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436


호텔 풀사이드의 고요한 수면 같은 단편 토니 타키타니라는 이름은 어이없게도 하루키가 하와인가, 해변에서 아내와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한 잡화점에 들어가서 거기의 티셔츠 하나를 들었는데 티셔츠 앞에 ‘토니 타키타니’라는 글자가 프린트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저 그 이름이 떠올라서 소설의 제목과 내용이 되었다고 한다.


미즈마루 씨는 42년에 태어났다. 일본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를 거쳐 광고회사와 출판사에서 아트디렉터로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38세에 독립을 하게 된다. 미즈마루 씨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대충 그리는데 마음을 다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하루키의 에세이에도 잘 나온다. 뭐든 쉽게 대충대충 거려대는 미즈마루 씨가 미워서 하루키는 어느 날 이거 그려봐라, 저거 그려봐라, 흥, 하며 쫄래쫄래 협박 겸 부탁을 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책도 있는데 제목이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이다. 슬슬 그림의 대가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재미있고 사랑스럽고 딱이다. 게다가 이런 타이틀은 멋지며 존경스럽다.


“매력적인 그림이란 그저 잘 그린 그림만이 아니라 역시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요. 그런 걸 그려가고 싶습니다”라고 미즈마루 씨는 말했다. 미즈마루 씨를 말하면 하루키가 딸려 나오고, 하루키를 언급하면 미즈마루 씨가 어어 나는 왜? 하면서 질질 끌려 나온다. 아쉽게도 미즈마루 씨는 14년도에 고인이 되었다. 더 이상 미즈마루 씨의 슬슬 그림을 볼 수 없지만 그간 사람들을 점, 선, 면의 세계로 풍덩 빠지게 한 것만으로도 좋다. 안녕 미즈마루 씨.



미즈마루 씨와 하루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고독해서 고독에서 벗어나고파서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고독한 이야기 토니 타키타니의 고독한 음악 https://youtu.be/IYM2nAwtX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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