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2.
그들의 웃음 속에 깊은 어둠과 음란함이 서려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이해는 합니다. 그들 역시 가난한 자들로 그들 서로는 오늘 처음 만난 이들입니다. 이 거리는 모르는 이들이 한두 푼 끌어 모아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내의 시체를 판, 이 많은 돈을 다 써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마침 술집에서 나와 여관의 따뜻한 방에서 한 잔 더 할 요량이었을 겁니다. 그런 얼굴은 대낮처럼 환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죄악으로 인해 모르는 이들이 한데 모일 때 주로 하는 식의 높고 밝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주 지쳐있었습니다.
힘없는 음성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먹고사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워낙 잘 먹지 못하며 컸기에 먹는 것에 대한 식탐이 컸습니다. 먹는 것에는 개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달라졌습니다. 아내 역시 없는 집안에서 못 배웠고 어렵게 자란 티가 어깨에 내려앉은 여자였습니다. 그런 여자입니다.
그들과 술을 마시면서, 독하디 독한 술이 약한 위장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저는 그들에게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저와 지내면서 급성맹장염 수술도 받았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에는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모두 괜찮았는데,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은,
급성뇌막염이라는 것은 아내를 그대로 시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손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