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수기 3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by 교관


3.


아내는 죽으면서 나에게 개처럼 달라붙어 있던 식탐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내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으면 영영 속죄하지 못하고 지옥으로 갈 것입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저의 죄악 10 중에 2가 그들에게 나눠 갈 것이라면 저는 그들을 위해 오늘 밤 이 돈을 다 써버릴 것입니다.


돈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돈에 눈이 멀어 아내의 시체를 팔았습니다. 유일하게 살을 부비던 아내를 팔아먹을 만큼 돈이라는 게 중요할까요. 갑자기 울컥하며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저는 조용한 성격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조용한 성격 탓인지 그걸 눌러 참았습니다.


들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까지 말을 하고 나니 정말 슬픈 건지 어떤지, 저의 감정에 대해서 주체할 수 없는 깊은 늪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저의 첫마디에 나의 등에 곰처럼 앉아 있던 재난 덩어리가 그들에게 조금씩, 이처럼 옮겨 붙는 것 같은 얼굴을 했습니다.


이해합니다.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해의 문제입니다.


목숨을 연명[延命]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아내는 목숨이 연명[捐命]했습니다. 동의어인데 연명하지 못해 연명해 버린 제 아내의 얼굴이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늘 어딘가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늘이나 고단함 같은 것들에 말입니다.


또는 웃음에.

그런 그늘 따위 제가 열심히 더 일을 했다면 치워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정말 생각을 합니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울, 1964년 겨울 수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