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수기 4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by 교관


4.


저는 그들에게 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행히 그들은 도망가지 않고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도 해주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아아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또 열심히 기뻤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병원의 시체실에서 부패되지 않게 속이 텅 빈 다른 시체들과 나란히 누워있는 저의 아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입니다.


무릇 모르는 이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저를 잘 알고,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관계 속의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저는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저는 할 수 없었다는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말이 중요한 말이니까요.

그 말이 저의 죄악의 온상인 것입니다.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서적 월부 판매 외판원인 저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죄악스러운 돈을 받은 덕분에 아내는 학생들의 해부실습용으로, 톱으로 머리가 두 동강이 나고 칼로 배를 찢어서 내용물을 마구 드러낼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쇠통에 장작을 태우는 것만 봐도 저는 아내가 보입니다. 아내가, 아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머리를 박자기처럼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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