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7.
지독한 고독의 비릿한 냄새를 아내는 본능적으로 맡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연히 만난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내는 나의 고독과 불안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렇게 교접함으로써 아내의 불안도 같이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재작년에 같이 살게 되었는데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가 극심합니다.
이 후회가 지금 저의 심장을 찌르고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발길 것만 같습니다.
아내 앞에서는 억지로 위트를 내 보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귤은 아내가 시체가 되고 나서야 실컷 먹습니다. 이 삶이 거짓으로 똘똘 뭉친 위트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누군가라도 붙잡고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했어요.
그렇게라도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저의 비관적인 양심 때문에 저를 괴롭히는 사람이 죽어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마음만으로 먹었던 단적인 비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비관이 심해지면 자동차에 치여 죽어 버렸으면, 어딘가에 떨어져 죽어버렸으면, 병이라도 걸려 깔끔하게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내가 먼저 죽어버렸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내의 시체를 팔아먹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제 아내는 저 같은 놈을 만나서도 3년 동안 잘 웃었습니다. 세상에는 다행히 여자의 특징만 중점적으로 내보이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안 형’이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몹시 슬펐습니다.
제 아내 얘깁니까?
저는 ‘안 형’에게 물었습니다. 내 아내의 특징은 너무 잘 웃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하는 말인지. 허공에 대고 하는 말인지도 모를 이 말은 제가 듣기에도 몹시 슬펐습니다. 정말 슬프고 아주 슬펐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