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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6. 2024

56. 전투태세 -12

소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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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치와 아라치도 태권도 도복에 태권도화를 신고 작전본부를 찾아왔다. 마루치 역시 중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시력이 떨어져 안경을 꼈고 배가 약간 나와 있었지만 눈매의 매서움은 한결같았다. 아라치는 예전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었다. 더 날씬하고 세련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똘이장군 역시 나이가 많이 들어버려서 오래 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전깃줄을 타다가 바로 왔는지 허리에는 여러 가지 도구를 차고 있었다. 똘이장군이 작전본부에 온 순간, 북한산과 근처야산의 산짐승과 동물들이 청와대 뒤편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똘이장군은 동물들에게 나라의 어려움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달했다. 본격적으로 동물들과의 교감을 해야 했다.


 배추도사와 무도사는 마련된 작은 의자에 앉아서 그들의 수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두 도사는 나라의 큰일을 걱정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대통령 마이콜의 연설을 귀담아듣고 있었다. 그 옆에는 로봇찌빠가 팔짱을 끼고 대통령 뒤편의 전광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프랑스정보국에서도 마이콜에게 프랑스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바란다고 했다. 마이콜은 로봇찌빠에게 이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보내드릴 것을 약속했다. 그만큼 로봇찌빠는 프랑스정보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전광판으로 태권브이 속의 하니와 영심이가 보이고, 또 다른 화면에는 그녀들에게 태권브이 조종법을 알려준 영희가 김 박사와 함께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광판의 화면이 전환되었다. 제일 먼저 갈락파토스가 나타난 여수 앞바다가 보이고 괴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에 맞서 하늘을 날며 싸우는 전자인간 337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을 이리저리 활공하며 괴수에 맞서 힘차게 전투를 하고 있었다. 보는 이들은 전의가 불타올랐다.


 “이렇게 열일 다 제치고 모여주신 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화면에 보이는 대로 전자인간 337은 저에게 미리연락을 하고 혼자서 먼저 사고 현장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태를 알고는 한시가 급하다며 바로 그곳으로 출격하였습니다." 마이콜은 기침을 한 번 했다.


 “우리의 모습은 어느덧 세월을 거슬러 지나왔습니다. 오래 전의 전성기 때의 모습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힘을 모아서 큰일을 하려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 역시 이 나라의 온전한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저의 외모보다는 믿음성을 중요시 여겨 저를 이 나라의 대통령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저의, 그리고 여러분의 저력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우리들과 함께 같이 나이가 들어버린 이 나라를 이 만큼 일으킨 분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겠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여러분에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만큼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래전만큼 두뇌가 재빠르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래전만큼 하늘높이 날수도, 나무를 탈 수도 없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들의 작은 힘들이 모여서 큰 힘이 되리라는 신념과 믿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모여주신 여러분들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우리들의 주제가를 부르고, 우리들을 따라 하기 위해 옥상을 뛰어다니고 우리들을 본뜬 장난감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던 그때를 기억해 주십시오.”


 대통령 마이콜의 눈빛은 더욱 빛났으며 그곳에 모여든 용사들을 한 번 둘러봤다. 작전본부에 모인 용사들 역시 눈빛은 대통령의 눈빛과 흡사했다.


 “자 이제 전투태세는 갖추어졌습니다. 태권브이와 함께 여러분들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이 나라를 좀 먹는 저 괴수에게서 이 나라를 구해 주십시오. 저와 국민들은 여러분을 믿습니다.” 대통령 마이콜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여든 용사들의 손에도 힘이 들어간다. 곧이어, 마이콜은 마이크에 큰 입술을 대고 힘차게 외쳤다.

 “김 박사님! 태권브이를 출격시켜 주십시오!”

 그러자 화면 속의 김 박사와 영희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들의 모습에 강한 신념이 드러났다.


 태백산의 어느 한 곳에서 굉음이 나며 산이 갈라졌다. 산속의 극비 기지국 속에서 태권브이가 두 주먹을 하늘로 높이 들고 700백만 마력의 힘을 자랑하며 발판의 제트추진력으로 불꽃을 뿜어내며 날아간다.


 “여러분, 이제 태권브이와 함께 맡은 임무대로 괴수들을 없애 주십시오. 출격!”


 대통령 마이콜의 힘찬 소리는 모여든 용사들의 전의를 다지게 했고, 그들은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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