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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Jul 29. 2024

긴 인생을 위한 여행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5년 만에 외국행을 준비하며

잊고 있던 감각이 삐죽 튀어나왔어.

낯선 나라 여행지에서 잘 곳, 먹을 것과

돌아다닐 곳을 찾아보며

몸은 여기 있어도

저기에서 반쯤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이와 함께하는 자유여행이라

짧은 일정이라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있었지만

현재 고민은 사소하게

만들어버리는 여행의 힘은 떠나기 전부터 발휘됐어.


싱가포르 가족여행은 전체적으로 무난했어.

호텔 수영장에서 편한 물놀이를 즐겼고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바쿠테

카야 토스트도 먹고 마리나베이샌즈의 풍경 즐겼어.


오늘 밤에 마리나베이샌즈 앞에서 불꽃놀이를 한데요


관광 노선에서 벗어나게 된

시작은 우연한 만남 속 대화였어.

수영장에서 준이는

우연히 한 중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었거든 .


옆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며 그 친구의 엄마와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눴지.

8월 9일 싱가포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토요일 저녁에

불꽃놀이 리허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불꽃놀이라면 꼭 보고 싶었어.

그래서 그날 오차드로드를 일정을 마치고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이동했어.


그런데 버스가 원래 서야 할 곳에 서지 않고 다른 곳으로

한참을 달렸어(버스 공지 내용은 나중에야 확인했지)

반짝반짝 도심 관광지의 모습만 보다가

외곽으로 향하자 겁이 났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곳에서 겨우 버스에서 내렸어.


여기 싱가포르 맞아요?


버스에서 내린 준이의 질문에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났어.

기대했던 불꽃놀이가 한창이던 시간

예상치 못하게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

말도 못 하게 속이 상했어.


그러면서 오늘 길을 헤맨 경험이 이번 여행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

살면서 의외의 일이 일어날 수 있잖아.


그때마다 자책, 아쉬움에

갇혀있기보다 새로 만난 상황, 경이로움에

눈과 마음을 열어보고 싶어.

아직 나는 여행중이니까.


미쳤다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쥬얼창이의 분수쇼를 보기 위해 엄청 달렸어.

분수쇼가 10시에 끝나는데

끝나기 15분 전쯤 도착했거든.


10시에 그냥 끝날 줄 알았는데

반짝이는 레이저쇼가 조금 더 이어졌어.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감동도 더 컸지.

낮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며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았어.


아, 나는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받고 싶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어.

그 감동이 살아가는 데 힘을 주잖아.

내가 불꽃놀이 감상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럴 거야.


그 순간 누군가 나를 어느 불꽃축제의 현장에 데려다 놓은 것만 같았다. 폭죽이 칠흑 같은 밤하늘 한가운데로 환한 빛을 밝히며 솟아오르는 기분. 고개를 잔뜩 쳐들어야 볼 수 있는 높은 곳에서 화약이 팡, 하고 터지며 황금색 불꽃을 흩뿌리는 것 같은 기분.
(...)
그런 기분에 나는 꼼짝없이 휩싸였다.

달까지 가자


시간, 돈, 에너지가 한정적인

삶의 축소판인 여행에서 나의 욕구와 행동이

더 두드러진 거지.


아름다움, 감동을 향한

움직임을 일상에도 잊지 않고 싶어졌어.

삶을 생생히 사는 방법일 테니까.


나는 또 어떤 여행을 가게 될까?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쓴

마스다미리처럼 패키지 투어에

참여하게 될까?


아이를 좀 키워놓고 혼자

타이난, 우붓, 로마 한 달 살이 등을 하게 될까?

아니면 친구와 함께 혹은

우당탕탕 가족 여행을 또 하게 될까?


일상을 떠나 일상 사는 법을

배울수도 있다는 것

이 모순도 나는 기록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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