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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Aug 05. 2024

긴 인생을 위한 절실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으로 채우는 인생 내실

한여름을 지나며

내가 수집한 단어는 절실이야.

국어사전에서 절실을 찾아보면

절실하다의 어근으로 나와.


1.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

2. 매우 시급하고도 긴요한 상태에 있다.

3. 적절하여 실제에 꼭 들어맞다.

표준국어대사전


한자어 절실切實을 손으로 써보다

낯선 감각이 들었어.

切에는 칼 도刀가 있더라고.

덜 중요한 것은 덜어내고

꼭 맞는 것을 채우는 내실

지금 내게 다가온 절실切實의 의미야.


얼마 전 좋아하는 동생에게 책 나눔을 했어.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길을 성실히

만들고 있는 친구에게

줄 책을 책장에서 고르는 일은 즐거웠어.  


1년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펴 보던 책

분노와 애정도

나눔 선물에 넣었어.


육아 집중기를 보내고 있는

동생의 숨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나의 엄마됨, 육아의

시절이 새로운 챕터에

들어선 건 아닐까? 싶었어.


여전히 돌봄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만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내 체력과 시간을 몽땅 다(더)

써 버리는 시간이 지난 것 같아.


아이는 이제 배고프면

냉동실에서 핫도그를 꺼내 데워먹어.

자기방에서 자고

수업도 혼자 다녀와.


예전보다 내몸이 편해지니

아이에게 가졌던

진한 양가감정은 조금 덜해졌어.


자유로워진 시간과 에너지는

이제 나에게로 향해.

내 일을 기획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

요즘 내게 더 절실해졌어.

사랑하는 일에 대한 양가감정도

느끼는 중이지.


육아 집중기에 그랬듯이

지금 이 시절에도

내게 절실한 이야기와 질문을  

찾고 글을 쓰면서 지나게 될 거야.

그리고 나중에 깨닫겠지.

삶의 이야기가

다시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음을.


생명을 돌보는 경험이

지금 내게 절실한 것의

생명력을 키워갈 수 있는

바탕이 된 거 같기도 해.


예전보다 나는 조금 더

용감해졌고 일상에서

감사를 느끼는 순간도 많아졌어.

당연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지금 나에게

절실한 것을 스스로

선택해 해나갈 수 있는

상황이 반갑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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