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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Dec 16. 2019

[단편소설] 연애의 신이 맺어준 인연 #1

연애의 신, 기획에 나서다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 반쪽이 어디엔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녀도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둘 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연애의 신은 그 둘의 마음을 알았다. 둘이 아주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본분을 살려 그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을 기획했다.


2019년 9월.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어느 날이었다. 그와 그녀는 일로 만났다. 당연히 연애의 신의 기획이었다.


그는 광고대행사 소속으로, 그녀가 근무하는 화장품 회사에서 곧 출시할 제품의 론칭 광고를 담당하게 됐다. 그날 오후 4시경 시작된 회의는 6시를 넘겼다. 회의가 끝나갈 때 즈음 모두 수고하셨는데 저녁이나 같이 먹고 집에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십여명의 사람들은 모두 좋다고 했다.


그와 그녀는 어쩌다 보니 마주 앉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것도 연애의 신의 기획이었다. 마주 앉은 김에 얘기를 하면서 둘은 깨달았다. 나랑 너무 잘 통한다. 혹시 이 사람이 내가 찾던 사람이 아닐까. 특히 그 둘은 서로의 유머에 큰 웃음으로 반응했는데, 특히 이 점이 두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 유머가 통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하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색함도 없었다. 둘은 서로의 존재 자체를 마음속으로 품으며 이해했고, 대화가 깊어질 수록 포근함을 느꼈다.


둘의 마음에 불꽃이 튄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녀가 물었다. 며칠 전 론칭 프로젝트 단톡방 만들어진 날 프사 봤는데, 에드워드 호퍼 좋아하시냐고. 지금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Rooms by the sea는 자신도 프사로 한적이 있었다고. 마음을 열고 싶지만 닫고 싶고, 닫고 싶지만 한켠으로는 열어두고 싶은 마음일 때 그 그림을 프사로 했었다고. 그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햇살도 좋고 바다도 있는데 왠지 모를 공허함과 쓸쓸함이 느껴져서 더 좋다고 그는 말했다. 그녀도 공감했다.


집에 돌아와서 둘은 생각했다. 더 얘기하고 싶어.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 밤이 새도록 대화를 하고 싶어. 그렇게 그 둘은 서로의 침대에 누워 서로의 생각을 새벽까지 하다가 잠들었다.


그 둘은 다음날 아침에 출근길에도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찼지만, 안돼 일로 만난 사이잖아. 혹시나 잘 안 풀리면 일에 지장을 줄거야. 어차피 그 사람 마음은 모르고 나 혼자만 이러는 거잖아. 나만 마음 접으면 돼. 그럼 깔끔해. 그 사람이 먼저 연락 주면 그 때는 모험을 해보자. 서로 이렇게 생각만 했다.


연애의 신은 자신의 노력이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나자 허탈했다. 그렇게 잘 맞는 상대를 바라길래 애써 만나게 해줬더니 아무것도 안하다니. 연애의 신은 동료 신들에게 이 허탈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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