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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리 Oct 19. 2023

그저 환기만 시켰을 뿐

이번엔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야

겨울이었다.

.

.

.


겨울에 공기순환은 필수다.

그래 그렇고 말고

환기를 시켜주지 않으면

우리 집 식물도, 그리고 사람들도

숨쉬기가 힘들다.

나는 거실부터 모든 방의 환기를 시켰고


푸미라는 죽었다.

바싹바싹 말라죽었다.

내가 죽인 게 아니다.

이번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날 밤 아빠는 바로 나에게 왔다.


"너 이거밖에 나뒀었어?"


"아니? 거기에 계속 뒀어"


"근데 왜 얼어 죽었어?"


"글쎄........."


.

.

.


이번엔 정말 내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아빠는 알아챘다


"여기 둔 상태로 창문 다 열었구나"


"그건 맞아..."


"한파에 환기시키면,

찬바람을 그대로 맞아서 어린잎, 새순,

이렇게 몸집이 작은애 들은 잘 못 버텨

냉해 조심해야 해


환기시킬 때 이렇게 추위에 약한 애들은

따로 모아서 방에 잠시 두는 게 나아"


"......"


….. 또 나였다!!!!


.

.

.

.


작고 야리야리한 푸미라는

찬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 죽은 것이다.


.

.

.


정말, 끔찍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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