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필요할 수 있다.
내 관점에서만 너를 생각해도 안되고,
종종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도 해야 하는구나
수차례 식물 키우기에 실패하며
내가 얼마나 갇힌 시야 안에서 생각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식물키에는 여전히 소질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식물을 꼭 잘 길러내고 싶었다.
이번엔
'처음부터 내가 직접 보고 데려와야겠다'
화훼단지를 두 시간이나 돌아본 뒤
정말 마음에 드는 만리향나무를 데려왔다.
꽃이 피면 향이 만리까지 간다는 이야기와
반짝반짝하고 튼튼해 보이는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아...........
그런데.......
또..........................
집에 데려온 지 열흘쯤 지났을까?
잎들이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난 이번엔 정말 잘못한 게 없다.
물도, 환경도 괜찮다.
"아빠, 이것 좀 봐 잎이
너무 많이 떨어졌어
난 더 이상 식물 키우지 말까?"
"아니야, 이건 그냥 묵은 잎이 떨어지는 거야,
머리카락도 빠지고 또 새로 나고 하잖아
그거랑 비슷해
식물은 오래된 묵은 잎을 떨어뜨리고
새 순을 내기도 해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조급하게 뭘 하려 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봐"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까?
누군가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듯
반짝반짝하고 너무 이쁜
여린 새 순이 자라났다.
식물은 참 신기하게
나를 자꾸 생각하게 한다.
나는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문제가 생긴 것 같으면
빨리 새로운 조치를 취해서
더 이상 문제를 키우지 않아야 한다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조급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내가 문제라 생각하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있고
꼭 뭔가를 하는 게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식물을 통해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