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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ul 02. 2024

아빠들은 왜 강아지를 싫어할까?

좋은데 싫은 척하는 거 아니야?

우리 아빠는 대부분의 가정과 비슷하게 강아지 키우는 걸 반대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고, 내 나이 때쯤 한 번씩 있는 미친개에 쫓긴 경험도 있지만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이 주는 사랑이 좋고, 마치 늘 매일 처음 만난 것 마냥 꼬리를 흔드는 것이 좋았다. 폭신한 느낌도, 부드러운 털들도 다 좋았기에 난 언제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빠는 반대했다. 개 냄새가 싫고 털 빠지는 것도 싫고 실내 배변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목욕도 시켜줘야 하고 밥도 좋은 거 먹여야 하고, 애 하나 키우는 거랑 비슷하다며 내가 어릴 때부터 키우기를 거부했다. 나는 그러면 늘 내 정서 발달에 좋을 거고,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책임감을 키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아빠는 완강했다.


그로부터 한 20여 년이 흐른 지금, 난생처음 엄마와 아빠의 둥지를 벗어나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강아지를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야 아빠가 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게 주는 사랑, 그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행복감과 더불어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기에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는다. 책임감, 경제력 그리고 그들과 헤어져야 할 때 오는 마음의 슬픔과 우울감.


늘 언젠가는 강아지를 키우겠지,라는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주는 기쁨은 한 번도 느껴보지 않았기에 더더욱 모르겠지만, 이제 내 나이가 되니 무서운 것들이 투성이다. 아빠는 이런 책임감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지기 힘든지 알았기에 나의 요구를 늘 거부했다는 사실을 20여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무언가 책임진다는 것이,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또 사랑스러운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정을 준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나의 생각을 엄마에게 말했더니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도 멋모를 때 해서 아기를 낳고 산다고 하는 거란다. 공감이 간다. 너무 많이 알면 두려워지는 게 많고 겁나는 게 많아진다고 한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다. 요즘에는 강아지를 키우거나 고양이를 키우는, 모든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목발도 없이 강아지 산책을 위해 절뚝거리며 걷던 주인도 생각이 나고, 한 강아지는 뒷다리 수술을 해서 강아지용 휠체어를 끌면서까지 산책을 시켜주던 주인, 다리가 3개밖에 없지만 기꺼이 입양해 매일 산책을 나오는 주인들까지. 어릴 땐 강아지만 보고 귀엽다고 했는데, 지금은 강아지와 함께 다니는 어른들이 먼저 보인다.


어른들 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나도 아빠 같은 어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헤어짐이 두렵고 책임지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아는, 그런 어른. 슬퍼야하는걸까? 난 모든 걸 탁탁 책임지는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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