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새로운 연애

이별 후 새로운 만남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by Sean

이별 후에 다른 사람을 만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정해진건 없다지만 언제까지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까? 이미 헤어진 사인데 우리는 예의를 차려야 할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는 걸까? 사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헤어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그러면 된 거 아닌가? 근데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3학년때까지 함께했던 그 친구는 나에게 헤어짐을 말하도록 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내가 항상 신경 쓰던 여자애와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받았던 배신감과 상처는 이루 말할 수도 없었고, 내가 원하지 않던 방식으로 헤어졌기 때문에 그 상처를 이겨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5년을 사귀고 끝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1년 반 뒤에 Y를 만났다. Y는 항상 연애 텀이 짧다고 했다. 나를 만나기 전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한 달 정도 된 뒤에 나를 만났고, 연애 텀이 20살 이후로 3개월을 넘긴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사람이 있어도 나는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Y에게는 내가 받았던 상처를 돌려줄 수 없으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으니까.


M은 나와 일을 함께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국과 일본 문화를 동경하며 컸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필리핀 사람이지만, 그는 자신의 문화가 정말 싫다고 했다. 아시아 사람이기에 받았던 괴롭힘, 그리고 끝도 없는 가난. 그래서 그는 따갈로그어도 배우지 않았고, 어려서는 백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이런 불우했던 그의 어린 시절 때문에 그는 우울증을 크게 앓았던 것 같다. 나와 처음 만나던 때의 M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있는 단계였고, 그때 그에게는 큰 도약의 시기였다.


그리고 그는 나를 만났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는 그가 우울증을 앓고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잠을 잘 못 자고 늘 걱정이 많은,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Y와는 사뭇 대조되는, 어쩌면 나와 더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나도 우울을 앓았다고 이야기해 줬다. 내면 아이를 더 살펴주라고, 한 번 더 안아주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이런 면이 좋다고 했다. 공감해 주고, 들어주고, 또 나를 함께 나누는, 뭐 그런(그가 말한 건 많지만 다 말하지 않겠다. 부끄러우니까.).


나는 엄청 예쁜 편도, 그렇다고 엄청 못난 편도 아니지만, 꽤나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는 나의 패션을 좋아했고, 나의 배려, 그리고 나의 감성 등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좋아해 줬다. 처음 만날 때부터 나와 친해지고 싶었다고 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에 먼저 연락한 거라고 했다. 나보다도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나도 싫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듬직한 체형을 가졌고, 필리핀 사람답게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Y와 다르게 키가 작고 운전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잘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Y와는 완전히 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엠비티아이조차).


진지한 연애를 한지 오래된 그와, 사랑했던 남자친구와 막바지를 바라보고 있었던 우리는 서로 동상이몽이었다. 그는 나와의 연애를 꿈꿨고, 나는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


그는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는 그의 열정을 나에게 보여줬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싫지 않았고, 일하면서 한 번씩 만나면 보여주던 그의 친절함이 좋았다. 은근히 나를 챙겨주던 그 모습이 종종 나와 Y의 상황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지만, 솔직히 그와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더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일지도 모른다. Y에게 말했다. 너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가 좋다고 하니 흔들린다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M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그래서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Y는 다른 사람보다(M보다) 나에게 더 잘해줄 자신이 없었기에 나를 그냥 놓아주었던 것일지도.


하, 정말 모르겠다. 헤어지고 난 뒤에 얼마 뒤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걸까?


헤어진 지 3개월이 지난 이 시점, 나는 M과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IMG_0674.jpg M과 함께 갔던 좋아하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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