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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무개 Dec 13. 2024

《심연으로 가라앉기》 3

윤아무개 단상

   

   온전히 글에 집중하고 싶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 주의를 분산시킨다.     


   。

   빈틈없이 요령껏 쌓아서 결국 쌓은 모든 걸 없애버려야 하는 테트리스와 인생이 다를 게 없다. 살면서 뭘 쌓아올리든 죽을 때 쥐고 갈 수 있는 게 있나. 가끔 할 말은 없는데 무작정 누군가와 통화하고 싶을 때가 있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나라도. 그러나 통화할 만한 사람은 떠오르지 않는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만 훑다가 이내 휴대폰을 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라면 나는 높은 확률로 술에 취해 있을 것이고, 그러니 아무 짓도 하면 안 된다. 언젠가 매일같이 술을 마시던 당신이 매일같이 내게 전화하던 때가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술 취한 당신의 멋쩍은 몇 마디 중얼거림과 담배 피우는 소리, 한숨소리, 그리고 불편하고 기나긴 침묵이 전부였다. 나는 할 말이 없었으나 침묵은 견디기 힘들었다. 어떤 날은 이미 아는 안부라도 물었고, 또 다른 날은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저녁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무 말도 안 하기 시작했다.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속으로 중얼중얼 욕하고. 할 말도 없으면서 취해서 전화하는 당신이 싫었고, 이렇게나 진저리치면서도 당신의 전화를 꼬박꼬박 받는 나의 성정은 더 싫었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아무에게도 전화할 수 없다. 그렇다. 


   。

   고립되어 갖는 평정은 깨지기 쉽다. 타인이 두들겨도 깨지지 않는 평온과 평정을 갖고 싶지만, 누군가의 묵묵한 샌드백이 되고 싶지는 않다. 청명한 하늘. 총명한 두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일삼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어린 시절이었고 그래서 나를 사랑하다 돌연 소름끼쳐하며 떠나가던 사람들이 곁에 많았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

   그것도 거짓말이지?     


   。

   돈과 시간만 있다면 언젠가는 파티를 주최하고 싶다. 좋은 친구들을 잔뜩 불러서 성대하게 먹이고 놀게 하고 싶다. 거기서 혼자 겉돌며 초라한 주최자라고 중얼중얼 스스로를 비하하고 싶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맘먹은 일에 실패할 때 나는 더욱 못난 짓을 벌여서 내가 얼마나 못난 놈인지, 실패할 만한 놈인지 스스로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실패하기까지의 과정만으로는 실패를 납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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