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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May 04. 2024

38점 받던 아이는 어떻게 전교 1등이 되었나.

모든 아이는 커봐야 안다. 당신의 자녀도 그렇다.

 공자는 말했다. 

"농사는 1년을 보고 짓지만 자식 교육은 10년을 내다보라."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 반에서 제일 공부 못하는 김한율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아이가 지닌 잠재력은 예측할 수 없다. 


 당신의 자녀도 마찬가지이다.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커봐야 안다. 그러니 기대를 저버리지 말자. 오늘이 아닌 10년 후를 바라보자.


 




"이어진 선생님, 고등학생 때 전교 몇 등 했어?"

대뜸 물으시는 교장 선생님. 난처하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 이럴 땐 그냥 말없이 웃는 게 상책이다.

"1~2등 했죠? 선생님 때에 A교대 가려면 그 정도는 해야 되잖아."

교대에 대한 인식이 이렇구나. 새삼 그땐 그랬지 한다.


"요즘 선생님들은 어릴 때 한가닥 하던 애들이지? 공부 못하는 애들 이해가 안 될 것 같아." 

한 두 번 듣는 말이 아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지 않듯, 많은 초등교사들이 동의하는 말이다. 실제로 동료 선생님들은 A가 멍청하다느니, 멍하니 앉아만 있는 B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느니 하는 말들을 자주 하신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멍청하고, 멍하니 앉아있고,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나도 공부가 너무 싫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싫었냐 함은 13살이 될 때까지 공부를 위한 학원을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 학원 대신 집에서 언니가 풀던 영어, 수학 문제집을 지우개로 지워서 공부했다. 지우개로 지워봤자 연필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꼼수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니 그게 공부가 되었을까. 그냥 날림이었다. 그것조차 열심히 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언니한테 대신 풀어달라고 하고 놀러 나가기 일쑤였고, 엄마한테 붙잡히는 날에는 울고 불고 떼를 썼다. 내가 왜 이걸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수학은 너무 어렵고 싫다고.


 지금 와서야 느끼는 거지만 그 시절 내 부모님은 나를 반 포기하지 않으셨나 싶다. 공부를 잘하는 언니에게 모든 관심과 기대를 몰빵하셨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는 과학고를 준비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한마디로 우리 집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15년 전에도 한 달에 70만 원이나 하는 학원에 다녔으니. 말 다 했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난 아마 살짝 버려진 초등학생이 아니었을까? "언니는 학원 숙제 가져와. 어진이는 언니 방해하지 말고 나가서 놀아." 이런 식이었달까?


 초등학교에서도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몰래 짝꿍이랑 비밀 쪽지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선생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선생님께 몇 번 혼나면 교과서 한 편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니 성적이 잘 나올 수가 있나. 수학 38점. 국어 65점. 그런 식이었다.


 그랬던 내가 6년 후 전교 1등이 되었다. 공부는 어렵고 싫다고. 나가서 놀고 싶어만 하던 그 아이는 한 때 인터넷에 떠돌던 문장, "이 독서실에서 내가 공부를 제일 잘하는데,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의 "내"가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학이 싫어서 울고불고했던 그 아이는 수학을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대학은 수학교육과를 진학하고, 3년 동안 수학 과외를 하며 용돈을 버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5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내 부모는 무엇을 어떻게 하신 걸까?



 38점을 받던 아이는 어떻게 전교 1등이 되었을까.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부모가 내게 해주신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소박한 경험과 부족한 신념이 유·초등 자녀를 둔 당신께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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