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대한 고찰
한국에서 수영 좀 한다고 생각했던
처음 집 근처 수영장에 갔었을 때였습니다.
자유형으로 50미터를 쭉 헤엄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수영장 바닥이 너무너무 깊었습니다.
그게 무려 레인 50미터 중 30미터 정도가 발이 닿이지 않는 깊이였습니다.
무서워서 살고자 헤엄을 칠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작정 속도를 높였습니다.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의 수영장은 보통 수심이 1.2~1.5미터로,
어른이면 언제든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한 수영은 앞으로 가는 방법밖에 몰랐던 거죠.
캐나다 수영장은
유아풀 빼고는 수심이 3미터 이상
다이빙 풀은 수심이 4.5미터 이상입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깊은 물에 들어가도 제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레인 2~3마다 한 명씩 배치된 라이프가드가
항상 수영장을 주시하고 살피고 있고,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단, 만 8세가 되는 생일 전날 까지는 수업 이외에는 보호자가 반드시 함께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라이프가드들이 돌아가며 수업도 합니다.
한 수업 당 아이들은 보통 6명 많아도 8명입니다.
철저한 감시와 소수 정예 수업
그 안에서 아이들은
깊은 물에서도 안전하게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그야말로 위험한 환경에 처해졌을 때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제인이는 이곳에서 처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인트로 - 레벨 1 - 레벨 2 - 레벨 3 - 레벨 4 -레벨 5 -레벨 6 그 이상은 레벨 7, 8, 9단계는 인명구조반 수업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고,
각 단계마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등록조차 불가능합니다.
인트로와 1단계 수업에서는 구명조끼를 입히고
3~4미터 깊이의 물에 아이들을 그냥 ‘풍덩’ 빠뜨립니다.
처음에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저
물에 익숙해지기,
물에 뜨기,
두려움 없이 물과 친해지기.
이것이 캐나다 수영 교육의 첫걸음입니다.
호수와 강, 바다가 많은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친다는 건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제인이는 그런 교육 속에서
자연스럽게 깊은 물에 잘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마치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공연하는
작은 인어공주처럼
자유롭고 유연하게 물과 놀고 있었습니다.
반면, 저는 아직도
깊은 물 앞에서 주저합니다.
열심히 수영하다가 누군가 가로막고 있거나 내가 힘이딸렸을 때 마음대로 멈출 수가 없다는 생각에 겁이 났습니다.
제게 수영은 살 빼기 위한 취미였지만
지금 수영은 생존을 다시 배우는 두려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인에게 수영은 처음부터 두렵지 않았기에, 조금씩 익혀가며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지키는 힘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제인이는
깊은 물에서도 자유롭게 수영을 즐깁니다.
물에 몸을 맡기고 바닥도 짚고, 깊은 수심을 유유히 가로지릅니다.
구명조끼 없이 다이빙 풀에 풍덩 뛰어드는 그 모습이
마치 인어공주 같습니다.
제인이는 물이 무섭지 않은 아이
물속에서도 자신을 믿는 아이
그 물속에서도 한없이 자유롭게 날아오릅니다.
그렇게 수영도
나는 접었고,
너는 날았다.
* 캐나다의 수영장은 대부분 시에서 운영되며, 저렴한 비용으로 강습과 이용이 가능합니다.
비용은 한국의 시립이나 구립 수영장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수영장 풀은 넓고 잘 갖춰져 있지만,
샤워실이나 탈의실 시설은 한국처럼 깔끔하거나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샤워도 하지 않고 그냥 풀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 이건 솔직히 좀 큰 단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