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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by 런던 백수
"있잖아, 수민아. 그냥 죽고 싶은 마음과 절대 죽고싶지 않은 마음이 매일매일 속을 아프게 해.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온갖 것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나와 태수 씨는 그때 처음으로 함께 울었다.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상실의 고통이 매일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지난해 말에 난데없이 아버지를 잃은 뒤의 이야기다. https://brunch.co.kr/@ea77230899864d4/78

여행 중에 갑작스러운 부고를 받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신없이 장례를 치른 뒤로도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종종 맥락도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는 점을 빼고는.


죽고 싶으면서 동시에 살고 싶다는 말. 나를 살리는 방식으로 나를 죽인다는 말. 말기암 환자가 딸에게 건네는 소설 속 저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는 도리 없이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 고통과 절망과 외로움과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도 남겨질 딸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허무하고도 아름답고 무의미하면서도 소중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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